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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9. 2020

알아주지 않아도 쓴다는 것에 대하여

고로, 알아주지 않는 건 나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글쓰기의 임계점


글쓰기엔 분명 '임계점'이 있다.

그 점을 넘는 순간, 글쓰기는 일상이 되고 유무형의 결과물을 토해 놓는다. 이는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1만 시간의 법칙에 기대거나, 근육 만드는 운동을 할 때 견뎌내는 이유도 임계점을 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의 임계점은 유독 다른 것들보다 높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과 마음 때문이다. 글쓰기는 사람의 본능이며 '기록'하고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저 기록만 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표현되거나 전달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글쓰기는 멈추고 만다.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이걸 써서 남는 게 뭘까.

누가 알아준다고 나는 매일 끄적이는가.


방향을 잃은, 내면으로의 질문은 초심을 가볍게 짓누르고 만다.


알아주지 않아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알아주지 않는 것 앞에서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약해진다.

뒤집어보면 그것은 '인정 욕구'에 기인한다. 즉, 나는 인정받고 싶은 존재다. 사람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인정받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 숲에서 쓰러진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인가.

'소리'를 공기의 파동을 타고 누군가의 귀에 전달되는 것이라 정의하면, 그 나무는 쓰러진 것이 아니다. 쓰러진 것을 들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나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글을 쓴 것일까. 내가 쓴 글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쓰러진 나무처럼,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글을 쓰는 것만 같은 적막감은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이 반드시 견뎌내야 할 운명이다.


애초부터 누군가 봐주길, 들어주길 바라고 시작하는 글은 지속될 가능성이 적다.

더불어, '나'는 나의 첫 독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대가다. '나'라는 독자가 있다면, 나의 글은 존재할 수 있다. 내 글은 내 머리와 마음을 관통하여 나온 것이고, 그것을 처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나 자신이 있기에 글의 존재는 성립된다. 


고로, 알아주지 않는 건 나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멈추고 싶을 때가 더 나가야 할 때다.


그저,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평소의 한 걸음보다 더 큰 무언가를 얻는다. 그 지점이 임계점인 것이다. 그리고 임계점은 계단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지리한 시간이 지나면 한 계단, 멸렬한 시간이 지나면 한 계단이 되어 나타난다.


임계점이 우리에게 인색한 이유는, 그 계단이 언제 나타날지를 전혀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멀어도 끓는점이 언제 인지를 안다면 견딜 수 있는데, 1도가 모자란 99도로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99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99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언젠가 임계점을 만나고 만다.

글쓰기의 임계점은 다른 게 아니다. 글쓰기가 일상이 되고, 루틴이 되는 지점이다. 억지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머리에서 쏟아지는 것들을 기쁘게, 기꺼이 주워 담는 과정이다.


그러니, 지금 멈추고 싶단 생각이 들면 그저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

멈추고 싶은 마음에 대해 글을 써도 좋다. 왜 멈추고 싶은지, 왜 힘든 건지도 신선한 글의 재료가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글을 써온 자신에게 칭찬의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다.


그 칭찬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글쓰기가 끊이지 않고, 그렇게 원하던 책이 연달아 나온 걸 보면.


글 하나엔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지만, 차곡차곡 쌓인 글 속에서 사람들은 마침내 나의 생각과 세계관을 읽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알아주면서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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