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un 12. 2020

나는 평범하지만 내 글은 특별하다.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그러나 평범함의 소중함도 아는 아주 특별한 존재

앞서 글의 소재가 무조건 특별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소재에만 기댈 때, 글쓰기는 멈춘다. 글쓰기는 소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재를 생산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보지 않고, 새롭고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수많은 글의 소재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평범하더라도, 내가 맞이하는 일상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는 것. 

내 글이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다. 결국, 글의 특별함은 나의 진솔한 평범함에서 온다고 나는 믿는다.


해서,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그냥 일상을 특별하게 보자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실제로, 나와 우리가 어떻게 삶을 지각하고 인지하는지 함께 돌이켜 봤으면 한다.


일상의 의미,
그리고 경계 너머의 일상에 대한 동경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하거나 표현할 때 '평범'이나 '보통'이란 말을 쓴다.

'흔남'과 '흔녀'도 이러한 무의식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 즉, 우린 무의식 중에 우리를 평범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이상 '특별하다'는 표현을 쉽게 갖다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밌는 건 연예인이나 유명인 조차도 스스로를 굳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넋두리하는 건 많이 봤다. 무대에 서는 일은 우리가 볼 땐 특별한 일이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다가간다.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그 소중함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남의 일상은 어떤가.

꽤 흥미로워 보인다. 특히나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면 더 그렇다. 그것은 '경계'를 넘고 싶은 욕망이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건 그 '경계'를 넘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기 위해 시, 도, 군 그리고 나라의 경계를 넘는 이유와 같다. 저 경계 너머엔 내 평범한 일상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한가득이다.


그리하여, 관점을 바꿔보면 내 일상은 내 삶의 영역이고, 어떠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따분하지만, 나의 일상을 경계 밖에서 바라보면 새롭게 보인다. 내가 강연을 좋아하는 이유다. 강연을 하다가 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다. 즉, 메타인지 하여 남의 이야기하듯이 나를 조망한다. 그러면 나는 출근해서 그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이자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수출 역군임을 깨닫는다.


일상은 당연하고 평범한 게 아니다.
일생일대의 사건이자,
다시 오지 않을 추억일 수 있다.


지금 각자가 가진 페르소나를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두꺼운 가면 하나를 선택한다. 직장인, 학생, 주부 또는 백수 등등. 아니면 아들, 딸, 부모, 자식, 친구라도.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는 나의 가장 '선명한 경계'다.


그리고 잠시 한 발짝 물러서 경계 안의 나를 조망해본다.

내가 나의 일상을 보는 게 아니라, 남이 되어 나의 일상을 보는 것이다. 그저 반복하던 나의 일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내 글쓰기 강의도 그렇다. 글쓰기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땐, 글쓰기나 브런치 사용법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나의 일상이었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걸 알게 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래는 바닷물이 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닷물에서 귀하고 귀한 소금을 얻는다.


입사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고장 난 전자계산기, 얼마 전에 두 동강 난 넥밴드 이어폰.

서랍 구석에서 먼지가 쌓여 가는 용도를 알 수 없으나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아침에 일어나 욕실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치약, 아무 생각 없이 나누던 동료와의 대화, 회사에서 힘들어 양 손 가득 먹을 걸 사들고 퇴근하여 가족들과 맛있게 먹은 저녁 등.


요 근래 내가 글로 썼던 것들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평범한 게 아니다. 일생일대의 사건일 수도 있고, 다시 오지 않을 추억일 수 있다. 사람은 기록하고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동시에 자꾸만 일상을 제외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네 일상을 적어 내려가야 하는 이유다.

일상이 평범한 건, 우리가 평범하게 보기 때문이다. 다시, 일상을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날들로 한 번 바라보자.


나와 우리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그러나 평범함의 소중함도 아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써 내려가는 글과 같이.

그리고 우리가 써 내려가는 만큼.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가 무서울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