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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2. 2020

계절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뒤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계절은 폭주하는 기차와 같다.

당최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다. 언제나 곧게 나간다. 그 계절을 만끽하려는 자, 덥고 추워 힘들어하는 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저 저 갈길을 묵묵하게 폭주하는 것이다.


그 폭주는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짧은 계절의 어느 순간을 아쉬워해야 하고, 덥고 추운 것에 순응해야 한다. 계절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할애하려는 기대 따위는 접고, 우리 또한 묵묵히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 


이처럼, 계절이 무지막지한 이유는 뭘까?

사실 그것은 기후 현상이라는 탈을 뒤집어쓴 '시간'이기 때문이다. 계절의 본모습은 '시간'이다. 그 다양한 온도와 햇볕의 양에 가리어져 저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걸, 우리는 자주 잊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이 '계절'일뿐, 결국 기차와 레일은 '시간'이고 멈추지 않는 직선의 폭주는 영원하다.


우리는, 그 기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살아 숨 쉬는, 아니 숨을 쉬지 않는 것들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숙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계절에 얹혀 살아가는 존재일 뿐일까?

일견 그러하고, 일견 그러하지 않다.


시간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나뉜다.

즉, '크로노스'라는 '과거로부터 미래라는 연속의 속성'에 갇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카이로스'라는 '일순간의 주관적인 시간'에 집중하면 된다.


'크로노스'는 우리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를 강요하지만, '카이로스'를 통해 우리는 그때 그 여름, 그때 그 가을을 만들어가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폭주하는 계절을, 순서대로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면 그것은 형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날을 돌이켜 순간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어느 기억은 망각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갑갑한 시간의 굴레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자연이 준 배려다.


그러니까,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뒤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계절은 '시간'의 범주에 있지만, '삶'이라는 범주에 계절을 귀속시킬 수도 있다.


계절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시간은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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