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행세를 길게 하려는 욕심은 버려야지 싶다.
아들 둘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애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던 상대방의 미간이 약간 찡그려지는걸 순간 알아챈다.
"힘드시겠어요..."
"저는 괜찮은데, 아내가 좀 힘들긴 하죠."
그리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처럼 그럭저럭 끝난다.
아내는 둘째 낳을 때까지 일을 했다.
가방 끈이 나보다 더 길기도 했고, 굳이 경력을 단절하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에게 부모 중 한 명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출근을 하고, 아내는 아이들을 돌본다. 역할을 분담하고, 군말 없이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해낸다. 우리 둘은 생각보다 더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먹고살만한 돈을 내 노동과 치환을 해 오고, 아내는 알뜰살뜰 살림을 해낸다.
아이들을 키우고, 달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연애할 땐 전혀 몰랐던 모습이다. 주재원으로 다녀온 어느 유럽의 도시에서도, 4년간을 아이들 로드매니저가 되어 극진히 보살폈다.
내가 볼 때 아내는 프로다.
아이들 밥을 해 먹이는 것부터, 살림 그리고 교육까지. 이미 아내는, 무언가에 통달한 모습이다.
LED 조명등 아래에서 해답지를 들고 기꺼이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정도다.
그런데, 내 역할에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그러니까,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 존재'인데 출근을 안 하는 날이 많아진 것이다.
방에 틀어 박혀 일에 몰두하고, 내 것은 내가 알아서 챙기지만 그래도 아내는 영 신경 쓰는 눈치다.
"할 거 없으면 양치하고 빨리 가서 자~!"
어느 평일 저녁, 일에 지쳐 잠시 거실에 엎드려 있던 내게 들려온 말.
나는 당연히 아이들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오빠 말이야, 오빠!"
아, 나에게 한 말이었다니.
순간, 첫째 아들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 상황을 공감했는지 아내와 나는 눈을 맞추고 한바탕 웃었다.
그래, 아들 셋 키우느라 힘들겠다.
그래서 요즘은 와이프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위로를 건넨다.
커피, 빵, 마카롱.
일을 하다 잠시 나가 두 손 가득 간식거리를 사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 세 개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내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위로를 건네는 것일까, 그렇게라도 해서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일까.
첫째 아들이 되어 응석 아닌 응석을 부릴 수 있다는 게 왠지 좋다. 내 그런 모습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이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 어머니도 그런 모습은 이제 못 받아 주실 텐데, 아들 둘에 묻어 나는 아들 행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재택근무를 하며 나는 첫째 아들이 된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모두의 건강과 우리가 바라는 보통의 생활로 돌아가려면 아들 행세를 길게 하려는 욕심은 버려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