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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2. 2020

삶을 흘려보내야 하는 이유

꽉 잡았던 마음의 수문을 여는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삶이 잘 흐르고 있는지를 살핀다.

어리고 젊을 땐 삶이 흐르는 것에 반대하고 조바심 내고, 그것을 역행하는데 골몰했다. 또는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붙잡으려 하거나, 내게 일어난 불행은 하루빨리 떨쳐 버리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하지 않는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저 흐르게 놔두려 노력한다.

그것들은 내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는 것이 아니고, 털어버리려 한다고 털어지는 것들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흐르는 것엔 치유 능력이 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이유다.


그러니까 흐르는 것을 방해하거나 그것에 역행하는 생각과 행동은 스스로를 고이게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다시 돌아 흐른다. 또는 장애물보다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 기어이 그 장애물을 흘러 넘고 만다. 그래야 썩지 않음을 물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흐르고 흐른 물은 언젠간 어딘가에 한데 모인다.

그것은 고인 것의 차원이 아니다. 비로소 어느 끝에서 만난 물은 바다를 이루고. 그 바다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 그 포용엔 정화의 능력이 있다. 흐르는 것에 치유의 능력이 있다면, 거대하게 모인 물은 모든 걸 정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세상 모든 풍파를 홀로 받아 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받아 내는 것은 흘려보내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맞서 싸우려다 기진맥진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나를 후려친 파도는 결국 나를 지나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흘려보내면 된다. 나에게 생긴 상처는 어떤 의미일까를 돌아보면 되는 것이다.


삶을 흘려보내는 데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들뜨거나 납작하지 않게, '나'라는 중심의 균형을 잘 잡아내야 한다.


그렇게 흘려보낸 내 삶은, 어딘가에 모여 장엄한 바다를 이룰 것이라 기대한다.

어설프게 고여 썩지 않도록, 나는 되도록 많은 걸 흘려보내기로 한다.


'나'를 용서할 수 있도록.

'너'를 포용할 수 있도록.


꽉 잡았던 마음의 수문을 여는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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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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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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