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실제로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글을 쓰고 있다. 각자는 자기 삶을 써 내려가는 작가라고 확대 해석할 수도 있고, 누구든 일기나 메모 그리고 이메일 등 무어라도 끄적거리고 있다고 해석을 축소해도 된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직장인이라면 특히 더, 무조건 자신만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문'을 던져본 마지막이 언제인가?
직장인인 당신에게 나는, '질문'을 던졌던 마지막이 언제인지 묻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질문은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말한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라고 해서 '오늘 점심 뭐 먹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그런 질문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질문은 같은 직장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심오하진 않다. 나는 마음 저 깊은 곳으로 던지는 진지하고도 오묘한 질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은 '대답'을 강요받는 존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 맞추어 그에 맞는 '대답'을 해야 한다. 매 순간 어떠한 대답을 내놓아야 하고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난처해진다. 그 대답이 업무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다면 실력을 의심받고, 정치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다면 연줄이 끊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직장인은 불안과 긴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직장으로 오기까지의 과정도 한 번 돌아보자.
학교에서 봤던 시험, 입사 시험과 면접 등. 특히나 우리나라는 '대답'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누가 얼마나 대답을 잘하느냐가 점수로 환산되어 인생을 좌우한다. 그러니 '질문'보다는 '대답'에 초점이 맞추어진 교육이 진행되고 무언가를 달달 외워 즉시 '대답'을 내어 놓는, 말 그대로 '대답형 인재'로 거듭 난다.
토익 만점을 받은 사람이 왜 외국인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현상이 일어날까?
'대답'에만 몰두한 우리네의 자화상이다.
'대답'이 아니라 '질문'하기 위해 쓴다!
직장인은 알게 모르게 글을 많이 쓴다.
보고서, 이메일, 모바일 메시지 등. 그러나 이를 두고 내가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 글은 나의 내면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면을 향한 '질문'이 담겨 있지 않으므로 직장에서 쓰는 글은 개인적으로 쓰는 글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직장에서 작성한 수 백, 수 천 개의 보고서를 떠올려 보자. 거기엔 손자병법 이상의 전략과 전술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내 삶에 적용시켜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쓰더라도, 그것은 내 삶에 내재화되지 않는다.
요전에, 글쓰기 강의에 오신 한 수강생 분께 물었다.
"왜 글쓰기를 시작하시고 싶으세요?"
그분은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성공 가도를 달리고 계신 분이다.
그분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이렇게 악착 같이 일을 하고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회사를 관두면 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로소, 그분은 '나는 뭘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다.
그러자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질문에 감동하고, 공감하고 동시에 존경을 표한다.
직장을 빼고 나면, 과연 나는 뭘까?
명함에 가리우고, 복리후생과 월급 그리고 각종 혜택에 취하여 '대답'에만 익숙했던 나 또한 그 질문을 던졌음에 틀림없다. 전에 없던 질문을 던지고 또 스스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분명 나는 '글쓰기'를 택했을 것이다. 그분의 대답에서 나는 지난날의 스스로를 돌아봤고, 그러하기에 그분의 대답에 나는 요동한 것이다.
직장에선 '대답형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나는, '질문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대답'을 잘해야 하고, 존재하며 살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수시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는 시선을 내 안으로 향하게 하며 대답보다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모든 글의 소재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고, 나는 비로소 남이 아닌 나의 마음을 살피고 들여다본다.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사람은 생각하므로 글을 쓰고, 글을 씀으로 생각한다. 고로,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는 내가 가진 페르소나 중 가장 두껍고, 가장 무겁다.
먹고사는 것과 연관되어 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그 두께와 무게로 나라는 '원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