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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1. 2020

듣던 말을 하게 된다는 것

그 순간을 잽싸게 알아채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밥 먹을 땐 꼭꼭 씹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해."


밥을 먹을 때면, 아이들에게 꼭 한 마디씩 한다.

날 닮아 허겁지겁 밥을 먹는 아이들. 나야 이미 글렀다 쳐도, 아이들의 앞날은 창창하기에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절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말을 전한다.

무언가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하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덤벼야 하고. 때로는 자신을 낮춰야 하고, 또 때론 스스로를 드러내야 하고. 아이들의 끄덕거림은 내 이야기를 다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했으나 아빠의 말이니 그저 들어준 것을 애써 표현하려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전달이 다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도 모르는 말들을 계속 전하려는 것일까?


부모의 마음이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니 알아채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이제야 알겠다. 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뻔하고 바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 나는 그렇다 쳐도, 자라나는 너희들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 나도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겠지.


너무도 당연해서 듣기 싫었던 말.

또는, 어리고 젊었을 땐 와 닿지 않아서 애써 무시했던 말.


'듣던 말'은 그렇게 나에게 필요했으나 기억하지 못했던 말.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그 말을 하며 다시금 기억해내는 말이 되었다.


아마도 그렇게, '듣던 말'은 세대에 세대를 거쳐 고스란히 구전될 것이다.

그것을 받아 든 세대는 고개만 끄덕거리다, 그 말을 직접 하게 되면서 진정한 그 뜻을 깨닫게 될 것이고.


'듣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애써 기억해 본다.

역시, 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건,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뭔지를 돌아보고는 그 말을 나부터 지키는 것이다.


그러함으로써, 나는 아마도 내가 살아오면서 놓친 많은 것들을 이제라도 주워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듣던 말'을 하게 된다는 건, 그러니까 그 순간을 잽싸게 알아채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중년의 깨달음은, 이처럼 언제나 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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