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11. 2020

중년의 선물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면서도 가장 늙은 날이라는 걸.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세월은 흘렀을지언정 우리 대화의 중심은 젊은 날의 어느 지점이었다.


그러다 친구가 물었다.

"돈을 주고서라도 갈 수 있다면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갈 거야?"


나는 본능 적으로, "절대 안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친구는 "나도! 나도!"를 외쳤다.


젊음이란 말엔 환상이 진득이 묻어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고, 돌아보면 모든 게 아름답다.


그러나, 정작 젊을 땐 젊음을 모른다.

잡히지 않는 허상이다. 오직, 흔들리는 자아와의 싸움만이 일상이고, 그 일상은 지겹다. 지겨움이 지속되면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지 않은 세상 속에서 젊음이라는 허울은 그렇게 흔들린다. 간혹 가진 밑천이 젊음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 순간,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가고 내가 가졌다고 생각했던 밑천이 더 이상 내 손에 없을 때 오는 허탈함은 환상을 믿은 자의 말로다.


그렇다고 내 지난날의 젊음을 어둡고 형편없다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나는 지금을 온전하게 살아내고 싶을 뿐이다. 중년이라는 허울 또한 고된 흔들림의 연속이지만 이유도 모르고 흔들렸던 그때 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나를 흔들리게 했던 것들과 싸우던 젊은 날.

정작 휘두른 주먹에 상처를 입는 건 나였다. 나를 흔들리게 한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건 나뭇가지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었음을 이제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를 흔들리게 하는 것들에게서 의미를 찾아낸다.

일종의 여유다. 많이 맞아본 자의, 많이 흔들려본 자의 여유. 흔들리는 순간의 젊은 발악은 스스로를 지치게만 할 뿐이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살 보면 알게 된다.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삶에는 고점도 있고 저점도 있다는 걸. 나와는 다른 흔들림에 있는 사람들과의 부딪침이 그 어떤 공명과 파동을 만들어내며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도, 나를 주저앉게도 한다는 걸.


젊음과 늙음 사이.

어쩌면 경계의 면.


중년에 이르러 비로소 나는 깨닫는다.

오늘이 내 인생 가장 젊은 날이면서도 가장 늙은 날이라는 걸.

굳이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앞서갈 필요가 없는 이유.


그렇게 나는 흔들림 속에서도 그 어떤 균형을 기어이 잡아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년이 준 선물이다.




[글쓰기 강의 + 함께 쓰고 출판하기]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쓰기+출간)


[글쓰기 시작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탈잉 글쓰기 클래스(VOD)

탈잉 글쓰기 클래스(오프라인/줌라이브)


[종합 정보 모음]

스테르담 저서 모음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온기가 그립지 않은 사람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