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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5. 2020

글요일

잡히지 않는다면,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의 시작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내가 눈을 떴다는 것. 또 하나는 나와 상관없이 해는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는 내가 시작하는 것이고, 시작하고 싶지 않아도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하루는 끝이 난다.

그 또한 두 가지를 의미한다. 내가 잠들거나, 해와 달이 서로 교대했거나. 내가 잠들어 하루를 마감할 수 있지만, 잠들지 않아도 하루는 끝이 난다. 


이는 우리 삶을 닮았다. 

모태에서 나와 눈을 뜬 건 나지만, 삶은 내 의지를 상관하지 않고 시작된다. 나와 협의되지 않은 삶에 의문을 품으며 기어이 살아가지만 이 또한 하루의 끝처럼 언젠간 그 끝에 당도할 것이다.


뭔가 억울하다.

과연, 하루는 누구의 것인가.


잡히지 않는 하루를 한탄하며 산 날이 모여 중년이 되었다.

어차피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그 하루를 허비하던 젊은 날을 지나, 잡히지 않기에 그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가 된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

반복되는 요일.


그러나 실상 그것들은 반복이 아니라, 나와 생전 처음 마주한 하루이자 요일이다.

안일함 속에, 그저 그런 시선으로 그 하루와 요일을 흘려보내던 나를 타박하며 아마도 나는 나에게 글을 쓰라고 했을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과 꾸역꾸역 함은, 그러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온 안타까움의 명령어가 아닐까 한다.


반복되는 하루와 요일을 하나로 묶어, 그렇게 나는 '글요일'을 만든다.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처럼, 글을 쓰고 글을 써낸다.


생각해보니 모든 요일이 '글요일'이다.

하루가 시작되었고, 하루가 끝날 것이고. 삶은 시작되었고, 삶은 끝날 것이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하루와 삶의 굴레 속에서, 단 하나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것.

잡히지 않는다면,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글쓰기는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기에.


모든 요일이 '글요일'이어야지.


나는 나에게 다가온 하루 앞에서 결연하면서도 당연하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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