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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6. 2020

강냉이가 준 삶의 선물

'행복은 높고 낮음이 아니라 기준의 위치다'

그 뭐야.

입이 궁금한데, 살은 안 찌고 부담 없이 먹을 뭐가 없을까?


아내에게 세상 가장 크고 어려운 고민을 털어놨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입에서 오는 그 어떤 욕구를 가벼이 넘길 수가 없다.


아내는 내 고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 준다. 

그 어떤 말을 해도 헛웃음 치지 않고 우선 들어준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 안간힘을 쓴다.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함께 생각해 낸 결론은 강냉이었다.

뭔가 오물오물하고 싶은 식감에 대한 욕구 충족부터 한 움큼 가득 넣어도 중년의 속을 부대끼게 하지 않을 최상의 간식. 산책 겸, 집에서 가까운 시장으로 곧장 가 여러 강냉이의 종류 중 하나를 골랐다.


추억의 마카로니.

치킨 가게에 가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가운데가 뻥 뚫긴 그 강냉이다.


마카로니 강냉이는 맛이 세지 않다.

달콤함보다는 고소함. 고소함보다는 바삭하게 사그라지는 그 식감이 매력이다.


아삭 바삭하게 씹히는 마카로니 강냉이와 함께 나는 비로소 내 일에 몰두한다.

때론 글을 쓰고, 때론 책을 읽고, 또 때론 회사 업무를 처리한다. 입 안의 궁금함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들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에 몰두할 때쯤.

나는 강냉이를 입에 넣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갑자기 달달한 맛이 새로운 식감과 함께 쫙 퍼졌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마카로니 한 봉지 속에 몇 안 되는 색을 입힌 동그랗고 달달한 또 다른 강냉이가 있었다.

텁텁한 건빵 속에서 만난 갑작스러운 별사탕과 같달까. 그 순간은 오롯이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하던 일을 멈추고 쉼표를 만끽했다.


이처럼 설레고 기쁘고 행복에 겨운 순간이 또 있었을까. 최근에.


예상치 않게 튀어나온 달달한 강냉이 하나에 기준을 맞추니, 그 이상의 것들이 모두 감사하고 가슴 벅차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특별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특별해 보이고, 당연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겸손한 감사함이 들었다.


누군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행복은 높고 낮음이 아니라 기준의 위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강냉이에서 얻은 즐거움이 기준이 된다면,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마카로니 강냉이를 입에 넣었다.

일부러 달달한 강냉이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언젠가 맞이할 달달한 삶의 순간들을 기대하며, 강냉이가 준 삶의 선물을 나는 차분히 그리고 맛있게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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