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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8. 2016

한복 입고 참가한 네덜란드 카니발

한국의 음력설과 네덜란드 카니발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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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궁금증은 나의 가장 친한 동료의 말에서  시작되었다.


"Charley, I'll day off next Monday & Tuesday."


정기적인 휴가 외에는 웬만하면 휴가를 쓰지 않는 그 친구가 갑자기 휴가를 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통 금요일을 내고 주말까지 쉬는 것이 주요 패턴인데,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쉬겠다니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유를 알 수 있겠냐고 물으니 그 친구의 대답은 이와 같았다.


"Because I'm from southern part!"


아, 그렇구나... 가 아니라, 뭐?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지.

남쪽에서 온 그대... 그래 나도 남한 출신인데 남쪽이 뭐 어떻다는 걸까? 그리고 휴가와 무슨 상관?


물론, 그 대답 이후에 아주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자신은 네덜란드 남부지역 출신이고, 남부지역에서는 커다란 카니발 축제가 열리는데 가족과 친지 그리고 애인과 모두 함께 참석하는 전통 행사라 이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카니발이란?"
카니발 carnival

①주로 서양에서, 가장행렬 등이 있는 떠들썩한 행사나 축제
②[천주] 가톨릭교 국가에서, 육식이 금지되는 사순절(四旬節)이 오기 전 3~8일 동안 술과 고기를 먹으며 즐기는 축제


사실, 네덜란드와 카니발은 그리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카니발'하면 브라질인데.

어쨌든, 네덜란드도 카니발이 있다 하니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네덜란드 카니발을 알기 전에 위에 사전적 의미도 찾아봤고, 역사적인 배경을 찾아보면.

본래 카니발은 [네덜란드 Carnaval] 사육제라고 번역하는데, 라틴어의 카르네발레 (Carne Vale 고기여, 그만) 또는 카르넴 레바레 (Carnem levare 고기를 먹지 않다)가 어원이라 한다. 부활절 약 40일 전에 시작하는 사순절 동안은 그리스도가 황야에서 단식한 것을 생각하고 고기를 끊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 고기를 먹고 즐겁게 노는 행사가 된 것이다.


옛날에는 로마가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프랑스 니스, 독일 쾰른, 스위스 바젤 등 로마 가톨릭의 여러 나라에서 성행하고 이밖에 미국 뉴올리언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지에서 성행하지만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는 별로 행하지 않는 추세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카니발은?"


네덜란드 카니발은 원래 유럽 이교도의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다. 가톨릭과 기독교에  동화되어 진행이 되어왔긴 했지만 점점 그 종교적 색채는 사라지고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로 변모해 왔다.

더불어 겨울에서 여름을 향하는 '봄'의 축제이고, 어두움에서 빛으로 향하는, 농작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번영'을 비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행사들과 그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활절을 6주  앞둔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3일 동안 축제가 이어지고, 최근엔 토요일부터 시작하는 추세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카니발은 남부지역에서 주로 행해진다는 것.


친구 Rino의 설명이 재미있다.

네덜란드 북쪽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거만하고, 중부와 동부 사람들은 여전히 보수적이긴 하지만 조금은 더 친밀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같은 남부 출신 사람들은 마음이 열려있고, 누구보다 친근하니 꼭 보러 오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남한(한반도가 아닌 남한) 면적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나라에서 북부/ 중부/ 남부를 나누고 카니발도 지역적으로 한다는 것이 흥미롭긴 했다.


이 친구의 말과 역사적 배경을 합하여 보면 프로테스탄트의 그 수가 적고, 무교도의 수가 많은 남부지역에서 이러한 축제가 별도로 행해진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망가져도 괜찮아, 카니발!"


이 축제 기간은 먹고 마시고 즐김과 동시에 요상한(?) 코스튬을 함께 한다.

어찌 보면 코스튬은 할로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으나,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Maastricht Main Parade


이 카니발 기간에는 역할을 바꾸어 보거나, 사회 비판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음을 추구한다.


만약, 이 기간에 행해지는 사회 비판 퍼포먼스에 대해 정치인이 난색을 표명한다면 오히려 그 정치인의 정치 인생이 마감될 수 있을 정도의 자유라고 하니 그 파워가 대단하다.


이렇게 심오하지 않더라도 그저 마시고 즐기고 소리치고 인사하고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과 흥겹게 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망가져도 괜찮은 바로 이 시간이 카니발인 것이다.


카니발을 즐길 수 있는 주요 도시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카니발 기간에는 네덜란드 국기보다 'Red-Yellow-Green'의 새로운 깃발과 문양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카니발이 열리는 도시 연합을 상징하는 'Carnaval Flag'다. 이 기간에는 'Prince Carnaval'이라는 임시(?)시장이 탄생하기도 한다.


Brabant, Limburg and Zuid-Gelderland transform during the carnival days into a festive area. Cities such as Den Bosch, Eindhoven, Breda, Hertogenbosch and Maastricht are renamed to Lampegat, Kielegat and Mestreech.

출처: http://www.dutchdailynews.com/dutch-carnival-kicks-off/
한복 입고 인사하기. 그리고 뒤로 보이는 'Red-Yellow-Green' Flags


P.S


가족과 함께 그 규모가 가장 크다는 Maastricht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에서 200km가 조금 더 넘는 거리. 그리고 벨기에와 독일 국경을 함께 하는  그곳에 가기 위해 선택한 코스튬은 바로 한복이었다.


바로 내일이 구정 당일이라는 것과 한국의 전통을 알리고자 한 것. 그리고 자유롭고 엉뚱하고 즐거운 그들의 반열에 함께 오르기 위해. 덕분에 결혼식 때 한 번 입고 잊고 있었던 한복이 세상의 빛을 보았다. 네덜란드 남부 지역에서.


더불어, 이 기간이면 네덜란드 중, 북부에 있는 사람들도 남부지역으로 내려가는 귀성(?) 행렬을 만들어내니 구정이라는 느낌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구정 당일인 내일 나는 출근을 해야 하지만.


정신이 없어 아쉽게도 한복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다행히 지인이 뒷모습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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