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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5. 2020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별게 아니네

별거인 건 달력에 적힌 어느 날의 색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그 자체

나이는 시작에 대한 설렘의 정도에 따라 측정된다고 나는 믿는다.

소풍 전 날의 느낌. 생일 하루 전의 기대. 크리스마스이브의 왠지 모를 로맨틱한 분위기. 그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결연한 다짐까지. 모두 설렘으로 한데 묶을 수 있는 그 느낌에 나는 점점 무뎌가기 때문이다.


먹고살다 보면 삶은 지루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시작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를 시간들의 연속은 삶을 지치게 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을 꾸역꾸역 지내다 보면 우리는 마침내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리고 새해를 목전에 둔다.


그래서, 그 의미가 뭘까?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설레던 그 시절엔 이유가 없다. 의미도 필요 없다. 그저 한껏 날아가는 기분과 감정에 편승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 어떤 설렘이 없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먹고사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람은 엔트로피 법칙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화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열역학 제이 법칙)을 따른다.

그래서 '편집'이 필요하다. 영화감독의 사인처럼 '커트'의 순간이 필요한 것. 잠시 끊고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설렘'보다는 '의미'를 발굴해야 한다. 설레지 못할 거라면 의미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설레던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좋다.

나 자신과 내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또 다른 설렘이기 때문이다. 뭣도 모르고 설레던 피동의 존재에서 이제는 내가 그 의미를 찾겠노라고 외치는 능동의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답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의미는 시시각각 변하고, 내가 해석한 의미를 세상이 곧이곧대로 놔둘 리 없다. 이리저리 그 의미를 바꿔가며 나를 흔들어 놓을 거란 걸 지금까지의 세월을 통해 간파했다. 


그럼에도 난 설렘보다는 의미를 찾으려 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별 게 아니란 걸. 그저 모든 날이 시작이고, 매 순간이 설렘이라는 걸. 그 모든 순간에 설렘과 의미가 공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국, 별거인 건 달력에 적힌 어느 날의 색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그 자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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