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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5. 2020

중년의 두려움, 벼락 거지

그냥 가만히 앉아 '벼락 (마음) 거지'는 되지 말자고 마음먹는다.

<직장 내공> 저서에서 '역 꼰대'라는 말을 만들어낸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급부상한 '꼰대'라는 말을 역으로 생각하여 만든 말이다. 내게 도움이 되는 좋은 말임에도, 심지어는 상대가 진심의 조언을 주고 있음에도 귀부터 막는 사람을 '역 꼰대'로 칭했다.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요즘 '벼락 거지'란 신조어를 알게 되었다.

보자마자 이해가 되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린 그 반대편에 있는 용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벼락 거지'는 소위 말해 부동산이나 주식 기타 재테크를 하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가 쌓이지 않거나 돈을 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도나도 집값이 오르고 주식으로 재미를 보겠다 난리다. 누구는 근로 소득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차익을 봤고, 또 누구는 좋은 주식으로 짧은 시간 몇 배의 이익을 얻었다 한다. 갑자기 조급해진다. 가만 보니, 거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벼락을 맞은 기분이긴 하다. 세상에 비해 나의 속도가 느릴 때 우리네 마음은 불안하고 요동한다.


괜히 부모님을 떠올린다.

땅값이 쌌던 그때, 그 땅 안 사고 뭐하셨을까. 그 주식 왜 안 사셨을까. 왜 우린 조상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더 두려운 건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게.

나는 무얼 샀고, 무얼 이루었나.


되고 싶어도 벼락부자는 되지 못하는 반면에, 되고 싶지 않아도 어느새 벼락 거지가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먹고사는데 당장 어려움이 없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뭐라 할 순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을 부정할 순 없고,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노력과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경우라 할지라도, 가족을 잘 선택(?)한 그 사람의 복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중년은 또 이렇게 하루를 흔들린다.

다시 중심을 잡으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당연히 부자가 되길 꿈꾼다. 자산이나 돈이 늘어나면 좋고,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마음이라도 부유해질 수 있도록.


다만 한 가지.

그냥 가만히 앉아 '벼락 (마음) 거지'는 되지 말자고 마음먹는다.


나와 함께 하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내가 이루어 낸 것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자산은 상대적일 수 있어도, 마음만은 절대적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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