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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6. 2020

꾸준한 글쓰기 5단계 (feat. 문어발식 글쓰기)

단계보다 각 단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꾸준히 써지는 글의 조건


'글쓰기'에 가장 찰떡 같이 달라붙는 연관어는 바로 '꾸준함'이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 중에 '나는 꾸준하지 못해서...'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꾸준해야만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믿어온 것이다. 그런 신념과 고정관념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글쓰기' 자체가 가진 그 어떤 포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꾸준하지 못한 내가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니, 글쓰기의 전제 조건이 '꾸준함'이 전부가 아니란 걸 내가 증명해내었다고 할 수 있다.


글쓰기와 전혀 관련이 없었고 꾸준하지 못한 자의 글쓰기.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조차 궁금했던 이 과정을 돌아보니 다섯 단계가 그려졌다. 언뜻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과정 하나하나에 큰 의미가 숨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까, 다섯 단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꾸준한 글쓰기 5단계


꾸준한 글쓰기를 하기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소재 구상

2단계: 카테고리 제목 짓기

3단계: 첫 글은 프롤로그로

4단계: 각 글의 제목 짓기

5단계: 차곡차곡 글 쌓기

    + (feat. '문어발식 글쓰기')


그렇다면, 단계마다에 숨어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1단계: 소재 구상


소재가 잘 잡혀야 꾸준한 글이 이어진다.

소재는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로 나의 '페르소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고, 가장 할 말이 많은 소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소재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함이 되는 건 글쓰기의 선물이다.


더 중요한 건, 그 소재들을 살려내기 위해 '어떻게'가 아닌 '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살리지?'가 아니라, '내가 이걸 왜 쓰고 싶은 거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왜?'가 핵심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떻게'에 매몰되어 더 중요한 '왜'를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로 시작하면 글쓰기는 단기적으로 끝난다. 반면, '왜'로 시작하면 더 길고 오래 글쓰기가 이어진다.


이 5단계에선 <직장 내공>과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의 예를 들어 본다.

내가 이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떻게) 왜?

직장생활을 돌아보고 싶어서 (오랜 직장생활을 힘들게 했는데, 남는 게 없으면 억울할 것 같아서)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후배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
직장인의 자부심을 찾고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장르는 각각 '업세이(직장 내공)'와 '에세이(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로 정했다.


2단계: 카테고리 제목 짓기


'카테고리'는 브런치라면 '매거진', 블로그라면 '메뉴/ 게시판'을 말한다.

즉, 내 글을 담아낼 큰 폴더라고 보면 된다. 그 폴더의 제목을 짓고 글을 모아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므로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을 짓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제목은 내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1) 팔릴만한 2) 다른 사람이 흥미를 가질만한 3) 내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제목으로 짓는다.

<직장 내공>의 원 매거진 제목은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이었고,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의 원 매거진 제목은 '직장인의 품격'이었다. 각각, 꼰대스럽지 않은 조언을 주고 싶었고, 직장인에게도 품격이 있을까란 의문을 던진 제목들이었다.


물론, 출판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많은 독자분들이 원 제목과 글을 공감해주셨고, 더 나아가 출판사 에디터님께서 제목을 보시고 전체 콘셉트를 이해하시고 연락을 주셨다고 볼 수 있다.


3단계: 첫 글은 프롤로그로


카테고리, 브런치 매거진, 블로그 메뉴 아니면 PC 바탕화면에 폴더를 만들어 제목까지 지었다면 이젠 첫 글을 쓸 차례다.

무엇을 쓸까 고민할 필요 없다. 책의 머리말을 쓴다는 느낌으로 프롤로그를 써 내려가면 된다. 내가 왜 이 글들을 연재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 즉, '왜'를 상기하며 쓰면 된다.


이 프롤로그 글은, 글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거나 무언가에 막힐 때 카테고리의 방향을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음이 젊음에게 멘토링' 매거진의 내 첫 글은, '멘토 노트 그 서막'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얻은 깨달음과 의미를 멘티들과 (꼰대스럽지 않게) 나누겠다는 내용이었다.


프롤로그 글은 곧 초심을 박제하는 과정인 것이다.


4단계: 각 글의 제목 선정


첫 글을 썼다면 우선 글쓰기에 대한 과도한 의욕이나 열정을 잠재울 차례다.

의욕만 앞서 달려들면 그다음 글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자신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꾸준한 글쓰기는 시작도 못하고 멈추게 된다.


당장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제목'부터 써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제목은 멋있게 잘 지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읽히고, 쓰는 나도 그 제목을 살리고 싶어 안달 나게 된다. 


흔히들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글쓰기의 시작은 '제목'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목'안에는 글의 소재와 서론-본론-결론은 물론 내 핵심 메시지가 모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목 하나만 잘 지어 놓아도, 글은 방향을 맞추어가며 잘 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책쓰기를 하는 것처럼 목차를 먼저 구분할 필요는 없다.

목차를 만든다고 어쭙잖게 시도했다간 소재만 국한할 뿐이다. 그러니까 목차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제목으로 만들어 모아 놓는다. 목차는 쌓인 글로 얼마든지 나중에 새로 정렬할 수 있다.


제목은 결국 본문 한 줄 요약이므로, 제목만 잘 쓰고 모아도 생각보다 훌륭한 글들이 많이 탄생하는 걸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5단계: 차곡차곡 글 쌓기


이제는 쌓을 때다.

네온사인의 전구 하나하나를 모아 가듯. 내 글을 모으는 것이다. 몇 개 안 되는 전구는 네온사인을 만들지 못하지만 하나하나 모인 전구가 어느 수량을 채우면 마침내 불이 들어와 온갖 문자와 이미지라는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브런치에 쌓인 내 글들은 네온사인을 만들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내 글의 패턴과 세계관을 만들어 주고는 다음으로 나아갈 방향을 반짝이며 제시한다. 더불어,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그 네온사인을 보고 내게 연락을 준다.


이보다 의미 있는 네온사인이 있을까?

글 하나하나를, 네온사인 불을 밝히기 위한 전구를 모은다 생각하고 차곡차곡 쌓아 가야 하는 이유다.


feat. 문어발식 글쓰기로 확장하기


자, 그런데 인생 참 만만하지 않다는 걸 다 알 것이다.

이렇게 5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는데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방향이 아닌 것 같고, 글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고,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고, 소재가 고갈되거나 아무래도 지금 수준으로는 글을 이어갈 수 없다면?


당연히, 1단계로 돌아가야 한다.

나 또한 쓰다 중단하고 1단계로 돌아간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브런치 매거진은 다양하지만 종종 그 주제가 바뀐다. 쓰다 남은 글은 '습작 노트'라는 매거진에 별도로 소중히 잘 보관한다. 언젠가 분명 쓰일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말 그대로 'Nice Try'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글쓰기의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쓰다 보니 다른 소재가 떠오르고, 다양한 영감을 받을 때다. 주제와 주제가 연결되거나, 또 다른 소재로 확장하는 경우. 이 때는 1단계를 '추가로' 실행한다. 말 그대로 글의 카테고리를 벌이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문어발식 글쓰기'를 추천한다.

시작할 때부터 여러 가지 소재와 주제를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주제라도 제대로 쓰며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나에 집중하여 쓰려고 할 때 글쓰기는 멈춘다. 소재는 금세 고갈되고 글쓰기의 호흡은 답답해진다.


최소한 '업세이', '에세이', '취미 관련 글' 이렇게 세 가지는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가장 잘 아는 '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가 막히면 조금은 더 편한 '에세이'를 쓰고, '에세이'를 쓰다 막히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면 된다. 반대로, 이 글을 쓰다가 저 글이 떠오르고, 저 글을 쓰다가 그 글이 떠오르는 시너지가 나기도 한다.




나는 시작할 때부터 5~6개의 카테고리 글을 벌이고 써 나갔다.

글이 수북하게 쌓이는 이유이자, 책이 연달아 나오는 이유다. 


위에 설명한 다섯 단계를 따른다고 글쓰기가 (자동으로) 꾸준히 이어지진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각 단계의 의미를 잘 살펴야 한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싶은지부터 네온사인 전구를 하나하나 모아 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말이다.


글쓰기는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즐거움이자 고통이다.

그 즐거움과 고통은 모여 글이 되고, 글은 모여 나의 자산이 될 것이다.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각 단계 하나하나를 함께 밟아갔으면 한다.

'의미'는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란 걸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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