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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31. 2020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영화처럼

결말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한 해의 끝이 되니 지난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무엇을 위해 그리 달렸는지도 모를 만큼 달려온 삶.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굴곡이 보인다. 그 굴곡 속엔 내 웃음과 울음이 있다. 좌절과 기쁨은 물론 희열과 비열 같은 복잡 다난한 감정도 있다.


난 언제나 내 삶의 결말이 어찌 될지 걱정해왔다.

내가 지금 한 선택이 과연 어떠한 결말을 가져다줄까. 혹시 내가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나의 어리석음이 나는 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면 어떡할까.


선택이 후회가 될까 벌벌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건 아마도 내 삶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왜 나에게 믿음이 없는가. 생각해보니 시선이 내가 아닌 저 멀리 허공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는다. 내 생각과 느낌은 안중에도 없이 결과가 궁금해서, 그 결과가 두려워서. 일어나지도 않은, 다가오지도 않은 후회스러운 결과를 미리 내다보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두려워하는 일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더 걱정하고, 덜 안도했다.


난 열린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현실을 닮아서다. 주인공에게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과 같은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영화에서만큼은 결과가 확실해야 한다. 권선징악을 토대로 마음 후련한 결과를 내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때론 결말에 집착하느라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마치, 내가 살아오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금의 나를 돌아보지 못한 것처럼. 스스로 매 순간을 후회로 만든 것처럼.


그런데, 문득 그런 영화가 떠오른다.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영화. 결말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그저 매 순간이 즐겁고 유쾌한 영화. 또는 끝이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매 순간이 감동이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영화.


이제부터 내가 인생이라는 영화를 찍어야 한다면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

그 끝이, 결말이 어떠하든지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을 즐기는 영화. 그러니까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그 선택을 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이다.


영화가 끝나듯, 내 삶도 언젠간 끝난다.

결말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 끝을 이렇게 만들어야지라는 강박은 내려놓기로 한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내 삶의 결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다.

결말을 궁금해하지 않을수록,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수록 나는 내 삶이란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말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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