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는다'란 말이 부정을 뜻하진 않는다. 달리 말해 인정은 한다. 그러니까 내가 인정하는 부분은 그레고리가 발표한 달력 기준 상 12월의 마지막을 지나 해의 숫자가 바뀌는 1월 1일이라는 숫자다.
그러나 '새해'라는 속성과 이미지엔 의문을 품는다.
'새해'가 '새것'이라는 발상 그것 말이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변화를 보면 뭔가 새로워 보이지만, 지난 그 날을 돌아보면 그저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간 여느 하루와 같았다.
사람은 맥락을 바꾸어야 살 수 있는 존재다.
삶이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무언가를 바꾸려 한다. 연인들이 백일이나 천 일과 같은 기념일을 챙기고,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을 떠나 여행을 가려하는 것. 갑자기 집 안의 가구 배치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나, 작게는 책상에 앉아 물티슈를 꺼내 들고 하지 않던 청소를 하는 것까지.
맥락의 변화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몸부림이다.
나는 오히려 그 순간을 '새해'라고 믿는다.
무언가 다시 시작하는 그 순간. 그때까지의 낡고 헌 것을 털어 내어 새로움을 향해 가는 그 어떤 관문에서의 다짐. 크기와 상관없이, 고결하고 결연한 다짐으로 충만한 어느 하루.
새해는 날짜의 바뀜이, 년도의 변화가, 달력 페이지의 넘어감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새해는 그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경종을 울리기 위한 합의된 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월 1일이 되었더라도 내 마음이 헌 것이라면 새해가 아닌 것이고, 12월 31일이더라도 마음에서 그 어떤 시작을 다짐했다면 새해가 되는 것이니까.
안에서 알을 깨면 생명체가 되지만, 밖에서 알을 깨면 요리가 되듯이.
나의 새해는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1월 1일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새해라는 합의된 제도를 인정하지만 믿지는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