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함께 한다는 그 유대감과 오감이 자극되는 맛 좋은 음식의 향연은 사랑의 한 요소라 해도 과함이 없다. 그 날의 분위기, 그 날의 맛, 그 날의 포만감.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하루가 데이트를 완성한다. 그로 인해 돈독해진 남녀는 더 깊게 사랑하고, 앞 날을 기약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무던히도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 맛집 투어는 어느새 둘의 공통 취미가 되어 있었다. 취미의 '미'자가 '맛 미'자인걸 보면 참으로 그 결에 맞는 즐거운 놀이였다 할 수 있다.
전 여친, 그러니까 현재 내 아내는 수산물을 좋아했다.
음식을 육, 해, 공으로 나눈다면 아내는 '해(海)'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나는 '육(陸)', 그중에서도 '육(肉)/ 고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나는 흐물흐물한 산낙지나 회를 먹고도 몸과 마음 모두 배부르고 든든했다. 생각해보니 그때 우리는 '육, 해, 공'의 음식을 섭렵하였으나, 정작 관심이 있던 건 서로였기에 무엇을 먹어도 웃음이 나고 맛있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여친과 남친으로 만난 우리는 아내와 남편이 되고 아내와 남편은 엄마와 아빠가 되었다.
'Ex-Girl/ Boy friend'의 색채는 옅어져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여념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하느라 나는 경제활동을 하고, 아내는 전업주부로 분주하다. 아이들에게 부모 중 한 명의 손길은 꼭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 결과다.
물론, 가족을 꾸리고도 우리 취미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연애 때 맛있게 먹었던 식당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간다. 때론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우리는 맛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연애 때를 떠올려 엄마와 아빠의 라떼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이 나는 참 좋다. 둘의 웃음이 넷의 웃음으로 커졌으니, 감사해마지 않는다.
내가 맛집 투어를 지속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아내의 입맛이 변해서다. 예전엔 '해'를 좋아한다 했는데, 지금은 '육, 해, 공'을 가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나는 안다.
요즘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를.
아마도 그건, '자기 손으로 하지 않은 음식'일 것이다.
'남이 차려준 밥'이라면 더 좋고.
코로나 19라는 시대적 상황과, 수저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배고프다고 아우성인 두 아이들. 삼식이를 넘어 오식이들을 챙겨야 하는 아내의 손은 잠시라도 요리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나도 간혹 요리를 하는데, 조리 과정에서 맡는 냄새와 수고는 사람의 미각을 얼마나 옅게 하는지를 몸소 느낀다.
그래서 시간과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나는 맛집 투어를 제안한다.
동네 어귀에도 알아보지 못했던 훌륭한 식당들이 많다.
무엇을 먹더라도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게 되는 이 취미활동을 나는 멈추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