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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6. 2021

열정의 온도는 36.5도다.

열정의 온도에만 집착하면 우리는 많은 걸 잃게 된다.

적정온도의 중요성


우리가 아는 몸의 적정 온도는 36.5도다.

체온이 떨어져 35도 정도가 되면 오한을 느끼게 되고 피부는 창백해진다. 34도 아래에서는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심장박동이 느려진다. 심장박동이 느려지면 몸의 각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33도의 체온에선 근육이 굳고, 31도에서는 의식이 흐려지며 29도에선 맥박과 호흡이 느려진다. 28도 이하로 내려가면... 운명을 하늘에 맡겨야 한다.


반대로 체온이 39.5도가 넘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혈류량이 늘어나 열이 나고, 몸은 자동적으로 열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열이 날 때 우리 몸이 맥을 못 추는 이유다. 더불어, 체온이 상승하면 뇌에 필요한 산소량도 늘어나는데, 필요한 만큼 충족되지 못하면 뇌세포가 파괴된다.


그래서 우리 몸은 36.5도라는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성'에 매진한다.

몸이 추우면 열을 잡아 두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모공을 좁힌다. 열이 많다면 모공을 열어 땀을 방출해 열을 식히는 것이다.


즉, 사람은 36.5도라는 적정 온도 때 가장 건강하다.


열정의 온도는 뜨거울수록 좋을까?


우리는 보통 '열정'이 뜨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열익선(熱熱益善)'이라고 할까. 열정은 쇠를 녹이고도 남을 온도어야 우리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심리학에선 '도파민'을 '열정의 호르몬'이라 부른다.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해 달려갈 때마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열렬함과 몰입력이 높아지면서 강력한 동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파민이 분비되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열정'에 불타오를 때, 우리의 시야는 매우 좁아진다는 것이다. 시야가 좁아지면서 다른 것은 잊게 된다. 다른 무언가를 잊을 수 있다는 건 삶에 있어 일종의 쾌감이다. 내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때, 마치 내가 내 삶의 전부를 통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것은 일종의 집착이나 중독과도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내가 잊고 싶은 것 중에는 내가 회피하고 싶은 현실이나 마음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안에는 '나 자신'은 물론 '내가 소중히 대해야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무언가 목표한 것을 성취한다는 열정에 취해 온도를 높이다 보면, 주위는 물론 나 자신조차 활활 타 없어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내 '열정'에 주위 사람이 데어 떠나가고, 나 또한 번아웃으로 내동댕이쳐지게 되는 경험을 이미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정'이라는 메커니즘을, 체온의 항상성과 연관 지어 떠올린다.

'나'와 내 주위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열정의 온도는?


전문가들은 사람의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가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건강함의 범주에 있을 때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미 39.5도가 넘는 사람의 체온이 1도 올라간다면 면역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면역력은커녕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운동을 하기 전 준비 운동을 하는 이유는 체온과 근육의 온도를 상승시켜 골격근의 대사를 증가시키기 위함이다.

그러함으로써 신체의 가동범위를 넓히고 근육 및 관절의 손상을 예방한다. 더불어, 심장에 혈액 공급을 적절하게 해 주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피로의 부산물인 젖산의 초기 생성을 막는다. 그렇게 최상의 컨디션으로 본 운동을 하고 나면, 우리는 어김없이 숨쉬기 운동으로 마무리를 한다. 숨쉬기 운동은 일종의 '쿨다운' 운동이다. 올라갔던 온도를 다시 내려 적정 온도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언제나 가슴 설레며 살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이 평소 이상으로 쿵쾅댄다면 그건 열정이 가득한 게 아니라 심장병일 가능성이 높다. 어서 빨리 병원으로 가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것들을 종합해보면 열정의 온도가 계산된다.

결국, 나는 그 온도가 36.5도라고 결론짓는다. 열정은 있고 없고가 아니고, 또한 열정은 어디선가 떨어지거나 누가 건네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점점 그 온도를 높여가야 한다는 것. 더불어, 열정의 온도를 높여 무언가를 해내었다면 다시금 그것을 쿨다운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익숙해진다면 열정의 온도는 얼마든지 뜨거워질 수 있다. 천 도, 만 도까지 갈 필요도 없다.


건강한 체온의 범주에서 1도를 올려 면역력을 5배 올리는 것처럼, 열정의 온도를 단 1도만 올려서 5배의 성취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날의 내 '열정'을 되돌아본다.

무언가 집요하게, 남을 짓밟거나 내가 가진 다른 무언가를 희생시키며 달려가야 그것이 열정이라 믿었다. 때론 직장에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여 내 당위성을 입증하려 하기도 했고, 회사 일을 열심히 해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으니 가족과의 시간은 미루고 또 미루곤 했다. 사람들은 내 열정의 온도를 '미쳤다'라고 표현했다. 목표를 이루고 무언가 성취를 이루어냈을 땐, 내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떨어졌고 가족에겐 정작 내가 줄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공허했다. 다 타버리고 남은 잿더미 위에서 나는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는 한낯 숯덩이와도 같았다.


지금은 좀 다르다.

나는 열정의 온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타올라야 움직일 수 있다는 마음은 버린 지 오래다.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쿵쾅대는 일만 골라한다는 환상에서도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내고 있다.


내 열정은 36.5도


나는 이 온도가 부끄럽지 않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는 서서히 준비운동을 해 단 몇 도의 온도를 올릴 뿐이다. 송곳과 같은 시야보다는, 조금은 덜 뾰족하더라도 나와 주위를 둘러볼 정도의 시야를 가지려 노력한다. 오늘 하루를 불태워 버릴 요량보다는, 서서히 데우고 또 서서히 식혀가는 과정을 즐긴다.


한 때는 하루에 글을 7개에서 10개를 쏟아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나는 다 타버렸고,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더불어, 다른 생산적인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쌓여만 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자꾸만 깎아내려갔다.


물론, 그때의 온도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다 태워본 사람이 적정한 불의 세기와 온도를 다룰 줄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론, 그렇게 다 태워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훅하고 올라오는 설렘이나 뜨거운 온도에 바로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밤을 새워 한 번에 끝내려는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써지지 않는 글을 붙잡고 있지 않는다. 그보단, 열정의 이유와 근원.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떠올린다. 그러면, 지나치게 높아지려던 온도는 본 운동을 하기에 적절한 에너지가 되고 일을 마치고 나면 언제든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된다.




'열정'은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을 빼면 나는 시체라고 할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를 빼거나 또는 '나'까지 태워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더불어, 내 주위의 '너'를 다치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열정의 온도에만 집착하면 우리는 많은 걸 잃게 된다.

반대로, 열정의 온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면 우리는 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열정의 온도보다 더 앞세워 생각해야 할 것.

바로 '나'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과 그 이유. 결과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함께 말이다.


모든 게, 항상 위대해선 안된다.
위대함은 순간이다. 위대함은 한순간이다.
결과물이다. 과정이 모여 이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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