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이겨내는데 모든 열량을 쏟아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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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대던 그 아이가 잠시 멈추고는 말했다.
"아저씨 그거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어도 돼?"
"응, 그래. 마음껏 먹어. 모자라면 더 시키고."
그렇게 그 아이는 재잘거림과 오물거림을 반복했다.
저렇게 먹는데도 체구가 왜소한 것 보면, 저 아이의 외로움을 이겨내는데 모든 열량을 쏟아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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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젊은이들의 주제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메인 음식은 다 먹고 테이블에 놓인 땅콩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아저씬 연애 많이 해봤어?
"응. 뭐 그럭저럭. 깊이 많이라고 할까?"
"난, 뭐 사랑에 그리 큰 기대를 안 해. 요전에 헤어진 동거하던 그 친구도 그냥 외로워서 만난 거야."
딱히 그렇게 심각한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동거하는 사인데 심각한 사이가 아닌 게 맞냐고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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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랑을 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바로 진지한 사랑이 뭐냐고 물었다. 난 대답하지 못했다.
"뭐, 아저씨 기준으로 진지한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그런데 오래가진 못했지."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외로움이 가신 속이 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자기는 그 사랑이 진지한지 안 한지 구별할 수 있는 한 가지 증상이 있다고.
"난, 어떤 누구를 많이 사랑하게 되면, 그걸 깨달으면 울어. 밑도 끝도 없이 울어. 혼자 있던 누구랑 있던. 길을 걷다가 그러기도 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막 놀라 해. 그럴 만도 하지."
우는 이유는 무서워서라고 했다.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된 존재가 나타나서. 그 사람이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그리고 떠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무서움과 헤어졌을 때의 아픔이 미리 느껴져서. 사랑하는 그 깊이와 크기만큼, 이미 아픔을 느끼고 들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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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누구 좋아하면 증상이 어떤데? 뭐라도 있어?"
돌이켜보니 난 딱히 그런 게 없었다. 그저 누구나 느끼는 조급함과 불안함. 그리고 그 사람을 내 옆에 두고 싶은 간절함 정도. 이야기했더니 시시하단다.
자기처럼 밑도 끝도 없이 울던가, 딱 구분이 가능한 자기만의 개인기(?)를 개발하란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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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세 마리와 맥주 5잔을 계산하고 나왔다.
닭 두 마리 반을 그 아이가 다 먹었다. 맥주 3잔도 그 아이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리 배부르다는 표정은 아니다. 너란 사람. 대단하다.
그렇게라도 네 외로움이 가벼워졌다면 다행이고.
내가 배불러서 좀 걷자고 했다.
Pub에서 나온 길은 자연스럽게 홍등가 길로 이어졌다.
여름이라 저녁이 되어도 한 낮처럼 쨍쨍했다.
보통 해가 밤 10시가 넘어지고, 서머타임으로 1시간 일찍 시작한 하루는 마냥 길었다.
햇살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마냥 좋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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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홍등가 길 걷는 걸 좋아한다.
마네킹 같은 몸매를 하고 누구에게나 웃어주고 손을 흔드는 홍등가 여인들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암스테르담의 가장 오래된 길이며, 운하와 활기찬 사람들, 그리고 삐뚤빼뚤한 암스테르담의 집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순간이 좋은 거다.
홍등가라는 말 때문에 가려진 암스테르담의 오래된 이 길의 매력이 안타까울 정도다. 여기에서 낭만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면, 와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지. 그래서 사람이든 어떤 대상이든 겪어보고 좀 더 알아봐야 그 편견이 깨지고 만다.
운하를 따라 걸으며, 출장 중에 주워들었던 이야기를 주절댔다. 운하 주변 집들이 삐뚤빼뚤하고 기울어진 이유, 홍등가는 운하를 따라 3개 레이어로 나뉘어 있고 1 레이어부터 3 레이어로 가면서 미모 차이가 난다는 것, 특히 3 레이어에는 특이 취향(?)이 있고 '청등'도 있다는 것.
'청등'은 뭐냐며 크게 뜬 눈과 쫑긋한 귀가 어린 젊음답게 귀여웠다.
편하게 신은 분홍색 플랫슈즈가 제법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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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살았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 재미있다고 한다.
두 번째 레이어에 다다랐을 즈음, 라이브쇼 극장을 마주했다.
분홍색 코끼리 그림의 라이브쇼 극장 앞에는 자위 쇼와 스트립쇼, 그리고 커플의 섹스쇼까지 포함된 아찔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출장 중 몇 번은 가볼까 하다가 시간도 없고 또 혼자 가기도 그래서 지나쳐만 간 곳이었다.
그래도 주워들은 이야기로, 라이브쇼 극장 이름의 뜻은 '빨간 집'이며 다른 유럽에서 온 여자들도 관람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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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나 저거 보고 싶어."
화들짝 놀란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아이는 재빨리 내 팔에 자기 팔짱을 걸고는 티켓 창구로 끌어당겼다.
왜소했지만, 역시나 많이 먹은 칼로리는 주체를 못 하는지 힘이 셌다.
그동안 혼자라서 가보지 못한 곳이긴 했지만, 또 이런 식으로 들어가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음료 불포함 인당 40유로씩을 그 아이가 지불했다.
그러고는 그렇게 끌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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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오늘 내 이야기 잘 들어줘서 주는 선물이야. 요 근래 내 이야기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준 사람 없었거든. 그나저나 라이브쇼는 나도 한 번도 못 봐서 무척이나 궁금해. 그리고 혼자서 들어가긴 좀 그렇잖아. 아저씨랑 가니 든든하기도 하고!"
Place Information
1. 암스테르담 운하길: 홍등가의 명성(?)에 가려진 아름다움이 안타까울 정도다. 걸으면 좋은 곳. 누구라도 함께. 주소 근처 조그마한 다리는 낮이나 밤이나 풍경을 눈에 담기도, 사진에 담기도 좋다. 마음에 담기도 좋고.
- Oudezijds Voorburgwal 72, 1012 Amsterdam
2. Casa Rosso: '빨간 집'이란 뜻의 라이브쇼 극장. 한 밤에는 긴 줄이 이어진다. 머리 위에서 뭔가(?)를 분출하는 분홍색 코끼리 인형을 조심할 것.
- Oudezijds Achterburgwal 106-108,1012 DS Amsterdam,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