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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2. 2021

머금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

중년이 내게 준 선물

열심히 살려고 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도 계속하여 노력하면 삶을 더 잘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삶이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니.

나는 그냥 내게 주어진 삶을 계속 살아나가야겠다.

이러한 마음 가짐은 중년이 지나서야 가능해졌다.

젊은 날엔 무언가를 머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장 뱉어내야 했다. 세상의 쓴맛에 몸서리치고, 부당해 보이는 모든 것들은 내 심기를 뒤집고 또 뒤집었다. 떫은 감을 한 입 베어 문 것과 같은 그러한 불쾌감은 마음에 있는 것 까지 게워내야 그나마 속이 좀 풀리곤 했다. 할 말 다하는 것이, 아닌 건 아니라고 면전에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정의라 생각했다.


와인의 참 맛을 알려면 한 모금 입에 담아 머금을 줄 알아야 한다.

당장 뱉거나 당장 삼키지 않는 그 과정이 와인 고유의 맛과 풍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년이 되어서야 삶이라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을 줄 알게 되었다.

세상의 쓴맛은 약으로 여기고, 아닌 걸 아니라고 바로 말하기보단 때를 기다리고. 부당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악으로 규정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마음의 여유. 그리고 포용. 젊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소란 속의 고요.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거나 입맛에 맞지 않다고 바로 뱉어 버린 꼴이 바로 내 젊은 날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젊은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머금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는 젊음의 시행착오로부터 왔고, 그것이 곧 중년의 깨달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나'도 나고, '중년의 나'도 나다.

그 둘의 모습, 성향 그리고 기질이 다르다고 해서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일관된 모습만이 '나'라는 젊은 날의 생각 또한 바뀐 지 오래다. '나'는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이지만,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분열하며 해체와 통합을 이어 나간다.


분열의 과정에서 느끼는 자괴감과 허무함은 삶의 고통이자 원동력이다.

젊은 날에 그것은 온전한 고통이었지만, 이제야 나에게 그것은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그러나, 중년 사람인 나는 달던 쓰던 그것을 우선 머금으려 한다.


그 진한 맛과 고유의 향을 느끼기 위함이다.

쓰면 쓴 대로. 달면 단대로. 쓰디씀을 감내하다 보면 오히려 단맛이 올라올 때가 있고, 단맛에 취하다 보면 쓴맛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삶은 쓰다고 좋지 않은 게 아니고, 달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그 맛을 곱씹고 곱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머금어야 한다. 뱉지 말고, 삼키지 말고. 오롯이 입안에 느껴지는 그 맛들을. 머리에 새겨지는 생각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감정들을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머금는 그 행위를 '지혜'와 '용기'로 규정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년이 내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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