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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5. 2021

저기, 혹시...'중년'이세요?

세상 모든 중년에게 전하는 말이자, 나에게 읊조리고 싶은 위로

아스라한 눈빛.

이도 저도 가지 못하는 발걸음. 영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몸사위. 무거운 어깨가 영 안쓰러워 보이지만 은근슬쩍 또렷한 눈매. 이제야 무언가를 알겠다는 야릇한 미소가 배인 표정.


주위에 이런 모습의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다가가 슬쩍 묻고 싶다.


혹시... 중년이세요?


실제로 이렇게 말을 붙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그러한 모습의 사람들은 많이 봐왔다.

동시에, 그 모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모습이기도 하다.


아스라함은 무언가 흐려 보이지만 실상은 저 멀리 보는 눈빛을 말한다.

어차피 삶은 명징하지 않고 흐리멍덩하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고, 확신을 얻은 순간 그것들은 손 안의 모래와 같이 흩날린다.


멀리 봐야 한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때는 이미 지났다. 적절히 허투루 보고, 적당히 날을 세워야 한다. 세상의 흠집과 삶의 부조리를 이제는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세세히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다 보면, 결국 넘어지는 건 나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고, 시력은 나빠졌지만 어쩐지 중년의 눈매는 이전보다 더 또렷하다.

그 또렷함 속엔 지혜가 담겨있다. 젊은 날의 좌충우돌과 이불킥을 수 백번 하고도 남을 경험을 갈아 넣어 만든 소중한 경험. 창피하다 느꼈던 것들이 모이고 쌓여 어느새 그것들은 반짝이는 지혜가 되어있다.


지난날은 세상이 닦아 놓은 길에 올라타느라 분주했다.

그 길의 끝에서 내몰리는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야 나는 무언가를 좀 알겠다. 길의 끝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길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길도 길이라는 것을. 내가 내딛으면 그것은 길이 된다는 것을.


오늘도 각자의 삶에서, 확실하지 않은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며 서성이는 중년들에게 다가가 나는 말을 걸고 싶다.


혹시... 중년이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세상 모든 중년에게 전하는 말이자, 나에게 읊조리고 싶은 위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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