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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6. 2021

중년의 생일은 별거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 밖엔.

아이들은 생일에 한껏 들뜬다.

그날은 저희들 세상이다. 받을 선물을 미리 정하고, 자기들 앞엔 초가 꼽힌 케이크가 놓일 거란 걸 이미 알고 있다. 왕관만 없을 뿐, 아이들은 왕이 되는 것이다.


그날 하루, 아이들을 왕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나는 기쁘다.

내가 받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안도감은 중년의 버팀목이다. 세상 모든 걸 줄 수 없는 가장의 미안함을, 촛불과 케이크 그리고 몇몇 선물로 잠시 맞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라는 걸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태어난 날, 가장 고통스러웠던 사람은 바로 어머니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겸손한 왕이 되길 바란다. 삶의 이면을 보길 바란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희열이 있으면 고통도 있 거란 걸 알려주고 싶다.


어렸을 때 촛불이 꼽힌 케이크와 생일 축하 노래를 받은 기억이 나는 별로 없다.

시대의 특성이기도 했고, 경제활동을 위해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더불어,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부재와 흔치 않았던 값비싼 케이크와의 괴리감은 생각보다 컸다.


그렇게 어렸을 때의 생일은 별거 없었다.

또한, 나를 배 아파 낳아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하라고 말해준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내가 대접하는 생일상은 내 어릴 때의 결핍을 간접적으로나마 충족시켜 주는 소중한 순간이다.


둘째 생일에 이어 얼마 전은 나의 생일이었다.

내 눈 앞엔 촛불이 꼽힌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고급 케이크였다. 온 가족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행복했다. 그러나 난 그 순간 왕이 되지도, 세상을 다 가진 존재도 아니었다. 그저 이 행복한 순간을 계속해서 이어가야겠다는, 우리 가족을 잘 먹여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중년의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먹고사는 건 숨이 붙어 있는 존재에겐 지상 최대의 과제다.

그러나, 먹고사는 건 한편으론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당연한 결심을 생일 케이크 앞에서 하는 난 영락없는 중년이다.

중년의 생일엔 이리도 별거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 밖엔.

어쩌면 지금 나에겐 가장 별거인 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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