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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06. 2021

중년의 선물 '포용'

중년은 늘 포용을 달고 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전문가를 통해 받아본 내 MBTI 결과 때문이다. 나는 변해있었다. 각 성향을 나타내는 알파벳이 내가 알던 그것과는 달랐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니, 나는 MBTI 검사를 자주 해왔다.

더불어, 내 MBTI 타입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고만고만한 점수의 차이가 있었을 뿐 알파벳이 뒤바뀔 정도는 아니었다.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분명 중년 이후다.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던 나는 작아지고, 풍파에 풍화된 나는 쪼그라들어 있었다.


알고 보니 부조리한 건 다름 아닌 나였고 온갖 위선과 자만으로 나만 안 그런 척, 저 혼자 도도한 척 살아왔던 과거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풍화가 그저 싫지만은 않다.

흔들리는 삶이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흔들림으로써 나에게선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도 떨어져 나갔다. 불필요한 것이 떨어져 나갔으니 나는 닳고 달았고, 또 쪼그라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어쩐지 이것이 내 본모습이란 생각이다.


내게 불필요한 그것들을 치렁치렁 달고 살았으니 나는 얼마나 고되었을까.

그러나 젊은 날엔 그 치렁치렁함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치렁치렁함이 있어야 나중에 날려 버릴 것들도 있으니까. 


그저 나는 그것들을 과정이라 받아들이기로 한다.

내게 있어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이렇게 내게 일어난 많은 것들을 과정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다름 아닌, '포용'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그저 참고 분을 삭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게 이상하게 보이는 세상과 사람을 이해할 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상한 세상이며 사람이라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더불어,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나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줄도 알게 되었고, 그 모습이 못나보여도 나 자신을 안아주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내 모습.

그러니, MBTI는 크게 바뀌고도 남을 수밖에.


사람은 변하고 바뀐다.

갑자기가 아니라서 그렇지, 변할 수밖에 없다.


중년이 내게 있어 선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포용이라는 건 큰 선물이며, 그것은 중년과 함께 왔다는 건 인정하기로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중년 또한 포용하라는 이유로 중년은 늘 포용을 달고 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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