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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8. 2021

글쓰기로 자발적 이방인 되기

글쓰기로 이방인 프로젝트

일상이 그저 그래 보일 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주재 할 때였다.

다른 사람이 보면 유명 관광지이지만 내게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고된 삶의 현장일 뿐. 간혹 무언가 새로운 게 보이긴 했으나 업무라는 일상은 놀랍도록 주위 모든 것을 익숙하고 한편으로는 지겨운 것으로 바꾸어버렸다.


익숙하고 지겨움 속에서 사람의 생각은 멈춘다.

멈춘 생각은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흘러간 하루 속에서 삶은 다시 공허해진다. 내가 삶을 사는 건지, 삶이 그저 나를 흘려보내는 건지 헷갈린다. 그러면 인생은 어느새 다음 정차역은 '슬럼프'나, '번아웃' 역이라고 알려 준다.


그리고 그 역은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을 거듭한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온 여행자라면?


그래서 어느 주말 아침.

나는 홀로 집을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향했다. 처음 온 사람처럼. 이방인인 것처럼. 내 시선과 카메라를 이곳저곳에 들이밀었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뻔해 보였던 게 새롭게 보였던 그때의 기억. 나는 많은 영감을 받았고, '슬럼프'와 '번아웃'이라는 역을 지나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있던, 해외에 있던.

일상이라는 루틴이 성립되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보려 노력한다. 일상은 참 감사하고도 무서운 것인데, 하루하루의 반복이 내 삶을 견고하게 하면서도 그것에 젖어 버리면 무기력함이 군대와 같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방인 프로젝트.

나에게서, 일상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보이고, 내 삶의 이유와 방향이 보인다.

우리 삶도 어쩌면 여행이다. 누가 보낸 건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어딘가로부터 왔고, 어디론가 또 갈 것이기에. 삶이 여행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일상에 젖어들 때 우리는 꽤 쉽사리 그것으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 볼 수 있다.


때론, 자발적 이방인 되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적는다.


이와 같은 '자발적 이방인 되기'는 삶에 분명 큰 활력소를 가져다준다.

여기에 더 큰 활력을 더하려면, 그때의 감정과 그 여정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러하지 않으면 휘발되는 생각과 느낌이 너무나 아깝고, 그것들을 잃고 나면 감사한 일상이 아니라 지겨운 일상의 굴레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방인'의 원뜻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고 이방인이 물리적 국경이 다른, 그야말로 국경이 다른 외국 사람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낯선 곳에 온 사람. 나의 세계관과 다른 어딘가로 온 사람. 또는 내 세계관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내 그것을 새롭게 보는 사람.


이방인이 되려는 시도는 꽤 의미가 있다.




자발적 이방인 되기, 이방인 프로젝트를 하고 나는 더 많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뻔하던 게 뻔하지 않고, 평범한 게 특별해 보이는 그 희열과 과정은 이방인의 즐거움이자,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만약 일상이 지겹다면, 일상에 지쳤다면.

자발적으로 이방인이 되어보길. 이방인의 그 느낌을 글로 적어보길.


장소와 시간은 물론 나에게 조차 이방인이 되어보는 그 순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삶의 통찰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하여 삶은 더 충만해질 것이고.

글은 소재를 찾을 필요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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