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으로 글쓰기
비합리적이어야 글이 더 잘 써진다.
글은 '머리'로 쓴다?
글쓰기에 대한 내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바로 '머리'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료하고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었고, 그것으로 나는 아마도 누군가의 인정을 바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 느끼는 건, 글쓰기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엔 머리와 이성으로 그것을 퇴고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작과 과정은 분명 마음과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깨닫고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지만, 그것이 나를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게 하진 않았다.
소비적으로 살아간다는 회의감,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마음에 차올른 후에야 나는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비합리적이어야
글은 더 잘 써진다.
오히려 '생각'으로 그것을 시도했을 땐 '글도 안 써본 네가?', '꾸준하지 않은 네가?', '작가도 아닌 네가?' 그리고 '책 한 권 내보지도 않은 네가?'란 합리적인 비난이 나에게로부터 쇄도했다.
그러니까, '생각'이 아닌 '감정'을 따랐을 때 나는 그제야 자판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비합리적이어야 글은 더 잘 써진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을, 특별한 구애를 받지 않고 써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서론, 본론, 결론을 정하고 어떤 말을 인용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할 때가 분명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음 문제다. 우선 무언가를 내어 놓어야 그것을 다듬을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데, 허공에서 그것을 고치려 하는 마음 때문에 나는 글쓰기를 하지 못해 왔단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무의식을 만나게 해주는
'의식의 흐름으로 글쓰기'
'의식'엔 이성적인 생각보다 지금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더 많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흥미진진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바다 위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빙하 아래에는, 거대한 얼음덩이가 있는 것처럼. 수면 아래 내가 보지 못했던 크고 무수한 무의식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무의식을 마주하기 위해 간혹 가사가 없는 음악의 힘을 빌리거나, 출근길 정신이 몽롱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주목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는 떠오른 하나의 단어에 골몰하며 사색한다. 단어를 사색하다 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고, 우리 뇌는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이 딱 붙어 있기 때문에 감정이 물밀듯 몰려오곤 한다. 그때 그 감정의 요동을 잘 잡아내어 그것으로 글을 써가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 내 생각과 고집.
내가 바라는 이상향, 그래야 한다는 내 삶의 방향.
이것저것을 비합리적이면서도 서두 없이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글은 완성된다.
그 글을 잠시 두었다가 다음 날에 '머리'와 '이성'으로 퇴고해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글은 탄생하게 된다.
사람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착각하지만, 사람만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도 없다.
'이성'과 '합리'는 그러하지 못한 존재의 바람이자 발버둥이다.
다만, 우리는 이것을 숨기고 있을 뿐 우리는 좀 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어도 된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다.
그러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가장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있는 이유. 그 비결.
바로 '글쓰기'다.
의식의 흐름으로 써가는 글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