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뿐만 아니라 직급과 업무도 바꿔서 보기
Hi. 젊음!
그동안 잘 지냈어?
나는 요즘 많이 바쁘다 보니 나이를 실감하게 돼.
엊그제인가는 출근을 하는 길에 노트북을 안 챙겨가서 부랴부랴 집에 다시 갔는데, 집에 도착해보고는 알았지. 노트북을 차 뒷자리에 챙겨놨었다는 것을 말이야.
어처구니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가다듬었어.
내가 좋아하는 출근길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로 하면서.
그게 정신 건강에도 더 좋더라고.
"역지사지? 역지사지!"
'역지사지' 참 흔한 말이 되었어.
역지사지 易地思之 :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흔한 말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그 뜻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즉, 알고는 있는데 실행하지 않거나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 깊은 부분까지 고민하지 않고 그저 정말 '입장'만 잠깐 바꿔보는 정도가 된 거지.
논의 또는 대립을 하는 도중에 '우리 입장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해서 입장을 바꾸어보면, '아!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제가 바로 양보하겠습니다. 그 안(案)으로 하시죠!'라고 일이 풀리는 일은 거의 없어.
오히려 각자의 입장차만 더 커질걸?
바꿔보니 이해는 하지만... 우리 입장도...라는 말을 연발하며.
"역지사지는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
나는 사실 '스킬'이라는 말이나, 무엇 무엇을 잘하는 '몇 가지 방법' 등을 좋아하지 않아. 아니, 싫어할 정도지.
같은 고민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이렇게 하라...라는 명령어 같잖아? 그리고 '스킬'이라고 하면 검증은 된 건지, 그리고 '스킬'이라고 해놓고는 정작 현실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것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야.
그럼에도 오늘 '스킬'이란 말을 쓴 것은, '역지사지'의 의미가 너무 가벼워진 탓에 주의를 끌기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가 통상 아는 '역지사지'가 아닌 직장 내에서의 실제 예를 들고 설명하고자 그랬어. 더불어, 실전에서 몇 번 검증이 된 건이니 '스킬'에 대한 거부감은 조금 접어 두었으면 해. 나도 그만큼 주의하며 진지하게 전달할게.
흔히들, 사람들은 '역지사지'를 해결책으로 생각해.
즉, 이야기하다 '역지사지'를 하면 모든 게 풀릴 거라 기대하고 말이야. 그러고 나서도 해결이 안되면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전락 하기도 해. 입장까지 바꿔봤는데 안 되는 일이라면서 그저 서로 포기하고 말지.
하지만 몇 번 경험을 해보니 '역지사지'는 해결책이 아니야. 되려 '대비책'에 가까워.
즉, 실전에 가서 입장을 바꾸어보기 보단 사전에 입장을 바꿔봐야 해.
역지사지를 미리 해보고, 말 그대로 입장을 바꾸어 그 상황을 가정하고 전략을 짜는 거야.
역지사지는 한껏 달아오른 '갈등'의 순간에 쓰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예상되기 이전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거지.
이렇게 미리 '역지사지'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알아야 해. 상대를 알아야 해. 그리고 관찰을 할 줄 알아야 해. 저 사람의 감성, 감정, 업무 스타일, 업무, 직위 그리고 직급 등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보면 인문학과도 같은 것 같아.
인문학이라 하면 고전을 읽어야 할 것 같지만, 바로 이렇게 사람을 관찰하고 역지사지하고 배우는 것.
이게 살아 있는 인문학이 아닌가 싶어.
지겹기만 한 직장생활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가끔 재미있단 생각이 들 정도야.
직장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세상은 넓고 사이코는.......아니 공부할 사람은 많다^^;;)
"직장 내 역지사지, 그저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닌 그 이상.
그 사람의 직위/ 업무/ 성향을 고려한 입장 바꾸기!"
한 가지 예를 들고 가려고 해.
하루는 팀장님께서 실적 숫자를 가져오시더니 이게 왜 이러냐고 물으시더라고.
그런데 그 실적 숫자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숫자야.
그래서 말씀드렸지.
"숫자가 제가 아는 것과 다른데 다시 한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 날은 어떻게 지나갔는데, 이틀 뒤 또다시 물으시는 거야.
역시 내가 아는 숫자와 다른 숫자로.
"팀장님, 이거 제가 아는 숫자와 또 다른데요?"라고 말씀드리고 엄청 혼나고 말았지.
알잖아. 상사가 원하는 답은 A인데, 나는 자꾸 B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오는 상사의 인내심 한계.
자,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도 처음엔 내가 아는 숫자와 같지 않으니 적지 않게 당황했더랬어.
아니,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왜 이상한 숫자를 가져와서는.
근데, 생각을 바꿔봤지. '역지사지'를 해봤어. 그걸 간과했더라고.
즉, 입장을 바꿔봤는데 단순히 감정이나 왜 저러는지에 대한 바꿈이 아니었어.
팀장의 입장에서, 팀장이 출근하면 보는 숫자. '과연 그 숫자가 무엇일까?'에 집중을 했어.
내가 팀장이면 출근해서 보는 그 숫자가 과연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을까?
그걸 알아내기 위해 팀장님께 달려갔지.
나중에 알고 보니 팀장님급에만 오는 요약 보고서가 따로 있더라고.
그리고 그 숫자는 시스템 로직에 따라 이틀 전 집계된 숫자였던 거야.
내가 알고 있는 숫자는 실무자들이 아는 오늘까지의 업데이트된 숫자였던 것이고.
역지사지를 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저 단순히 정말 입장만 바꾸어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왜 저래 오늘?'이란 생각만 했더라면, 아마 위의 잘못된 대화는 무한 반복되었겠지?
다시 한 번 더.
직장에서는 그저 감정이나 입장을 바꾸어 보는 것보단 상대의 직위/ 직급/ 업무 스타일 등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해. 거기에 답이 있더라고. 그리고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으로 맘껏 활용해봐. 그러면 그 역지사지의 스킬은 더욱더 강해질 거야.
여기서 더 설명하면 길어질 것 같으니 아래 정리 한 번 하고 끝낼게.
난 우리 젊음들이 아래 내용들을 잘 정리하고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거라 믿어.
그리고 나도 아래 것이 다가 아니라, 더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아가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또 공유할 거야.
우린 할 수 있어. 왜?
우린 젊으니까!
"직장 내 '역지사지' 스킬(이라 쓰고 '고려할 점'이라 읽고 싶다.)"
1. '역지사지'는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이다.
미리 챙긴다.
막판에 가서 '역지사지'해봤자 오히려 골만 깊어진다. '역지사지'를 '대비책'으로 활용하면 사람을 공부하게 되고, 내가 얻는 인사이트는 남들보다 커져 나만의 자산이 된다.
2. 직장 내 '역지사지'는 단순한 입장 바꾸기를 넘어 그 사람의 직급/ 직위/ 업무/ 업무 스타일/ 부서 내 역할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직장 내 역지사지'가 일반의 것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맡은 자리, 업무, 직책에 따라 기대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직장 내에서는 허다하다. 상사는 물론, 동료, 유관부서 사람들의 직급/ 직위/ 업무 등을 파악하고 내가 이렇게 다가가면 어떻게 반응할지 먼저 생각해보자.
그렇게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일을 진행하는 것과 아닌 것과는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3. '역지사지'의 스킬을 맘껏 발휘하여, '받는 사람 입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한다.
감성에 관한 것이다.
하루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이메일이나 전화 화법은 뭘까?
그걸 그대로 상대방에게 실천한다.
센스에 관한 것이다.
받는 사람이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래프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는지 미리 알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역지사지하여 관찰 해보면 알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사전 보고 한 사람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다.
같은 이메일에도 누구는 회신하고 싶고, 누구는 회신하기 싫다.
그 차이가 뭘까를 역지사지해서 생각해보자.
회신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이메일을 보면 무언가 차이점이 있다.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