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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9. 2021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그들의 생각이나 마음 그리고 기억을 뒤바꾸려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생각이 가 닿을 때가 있다.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엔 더 그렇다. 바쁘게 지내던 어느 하루엔 인식하지 못하던 온갖 생각과 마음이 부유물처럼 떠오른다.


그 부유물들은 대개 나와 관련이 있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 기쁨과 슬픔을 오가는 감정. 그랬어야 했고, 그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 끓어오르는 찌게 위 거품처럼, 그 부유물들은 대개 그리 영양가가 없다. 걷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도 단골 재료다.

그 사람은 나에게 왜 그랬을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아갈까. 간섭할 수 없는 것들을 떠올려 이리저리 돌려치다보면 그 과정이 꽤 재밌다. 결국 상대방을 어찌할 수 없다는 체념에 이르러 그 상념들은 마침표를 찍지만 그들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데에서 의미를 건진다.


그러다 문득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나는 상대방의 생각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치기 어린 시절엔 그 생각을 바꾸려 온갖 방법을 동원하려 했다.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나는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바꾸려 하는 것 그 자체가 정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더불어,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상대방에게 기억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많다.

반대로,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준 것 같은데도 막상 좋은 추억으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상대방에게 잘하려 해도. 그 반대라 할지라도. 기억의 조각은 그들의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맞추려 아등바등한다던가 나 자신을 깎아내려가며 그들에게 온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꺼이 진심을 전달하려 노력해야 함은 잊지 않아야겠지만, 그 이상의 것은 쓸모가 덜하다. 아니, 쓸모가 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상대방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때.

나는 맞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나를 요상하게 기억할 때.


그들의 생각이나 마음 그리고 기억을 뒤바꾸려 무언가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내 삶에 충실하면 된다. 굳이 그들의 기억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그들의 판단에 의해 내 마음이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 거미줄과도 같은 관계 속에서, 서로의 상대는 생각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고 또 더 괴로워하며 살고 있다. (알아서들 말이다.)


중요한 건 내 삶이다.

마냥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덜 불행해져야겠다는 압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를 생각하는 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내가 부유물과도 같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벌써 하루를 시작하려 주무시고 계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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