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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8. 2021

외로움이 좋아지는 나이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숫자에 의해 생각과 마음은 요동한다.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느린 것의 차이이지 그 변화는 어떻게든 오게 마련이다. 철없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것은 분명 그렇다. 더불어, 내 나이를 앞서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은 더 확실해진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과 창의력 그리고 삶의 모습이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묶으면 우리 모두는 먹지 않으면 쓰러지고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나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도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남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유다.


어느새 나는 중년이다.

중년에 접어든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어렸을 때 내가 봤던 중년과 지금의 중년은 확연히 다르다. 겉모습부터 생각하는 것, 행하고 바라는 모든 것이 다르다. 그것은 시대를 닮아 있다. 국가의 경제 수준과 소득 그리고 기대수명의 정도가 그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전의 중년은 은퇴하고 생의 끝을 준비해야 했다면, 지금의 중년은 일했던 시간보다 더 긴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아이들을 출가하고도 남을 나이에, 요즘의 중년은 이제 육아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예전의 중년과 요즘의 중년 그 어느 쪽을 더 닮아 있을까?

그 사이에 딱 끼인 세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방황한다.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를 뿐, 중년은 중년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가 있다.

시간을 초월해,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 외로움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반복의 결과다.

처음에 낯설고 견디지 못해 하다가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체념과도 같다. 동시에, 그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외로움이라고 하면 내게 몸서리쳐지는 무엇이었다. 젊은 날엔 외로움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 외로움을 채우려 하거나 회피하려 했던 모든 언행을 통틀어 우리는 그것을 방황이라고 한다. 외로움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했던 무수한 방황을 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나는 젊은 날의 그러한 생각과 행동을 이제는 수용한다.

외로움에 익숙해진 지금, 예전의 그 시간과 마음을 돌아봤을 때 그것은 지금의 익숙함을 위한 시작이자 과정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고, 이제는 그것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년에 이르러서 말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본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은 옆에 몇 명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외로운 존재. 오히려 외로움을 떨치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고독해지는 존재.


중년까지의 삶은 대개 숨이 차오를 정도의 뜀박질이다.

무언가 손에 쥐어지는 것이나 주변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하는데, 공허한 마음은 더 넓고 더 깊어진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쉽지 않다. 익숙해졌다고 한들, 마음에 느껴지는 구멍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엇으로 채울까, 어떻게 치료할까. 많은 고민과 걱정을 일삼았으나 그 답은 아직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중년이 되어 외로움이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외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관망할 수 있고, 나에게서 따로 떼어 놓아 관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 하나의 자아로 분열이 되며, 그 분열을 통해 나는 익숙함을 직시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때론 외로움이 나는 너무나도 좋다.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신호라 느끼기 때문이다.


채우려 하고 회피하려 할 땐 몰랐던 것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됨으로써 안정이 된다.

외로움도 외로워서 찾아왔던 건 아닐까. 외로움은 자신을 채워 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중년은 외로움이 부쩍 좋아지는 나이다.

나이가 사람을 대변하진 않지만, 사람은 나이에 따라 어느 특정 상태로 수렴된다.


나이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생각과 느낌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사람은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이면서, 한데 묶일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가진 생물이므로.


문득, 외로움이 익숙해지고 좋아진다면 각자의 나이를 돌이켜 보길.

그리고 그 나이 안에 녹아 있는 나 자신의 시간과 생각 그리고 느낌을 헤아려 보길.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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