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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3. 2021

당연함과 아련함 사이. 가족.

당연함과 아련함 사이에서 내가 살아갈 이유를 되새기며.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도착한 멕시코는 낯설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멕시코의 이미지는 영화 '시카리오'와'코코'가 전부였다. 왠지 위험해 보이는 곳. 한 번도 말해보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곳. 주재지에 대한 이미지는 나 하나만을 아우르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와도 괜찮은 곳일까,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는 곳일까. 때에 따라서 주재원은 단신 부임을 결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약 6개월을 먼저 살아본 멕시코는 거의 모든 염려를 날려버릴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다.

아직 다 알진 못하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잊고 있었던 삶의 흥미와 열정을 떠올리고 있는 걸 보면 분명 그렇다. 세련되고 첨단을 달리는 이미지라기보단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어쩌면 나는 급하게 달려왔고 급하게 달려가고 있는 스스로에게 멕시코 문화를 선사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일상을 닮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침내 가족이 멕시코에 도착했다. 홀로 멕시코로 떠나던 나를 눈물로 배웅했던 아내와, 네덜란드에 이어 갑작스레 멕시코로 가야 한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아이들. 가슴이 벅찼다. 동시에 뭔가 안정됨을 느꼈다. 일을 하고 밤늦게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차가 다른 가족에게 전화를 하여 마음을 추슬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함께 있을 땐 몰랐던 감정.

가족은 그렇게 일상을 닮았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 소중함을 잊곤 한다. 일상이 그렇고 가족이 그렇다. 그러나 함께 하지 못할 때,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는 그 존재의 무거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자 피어오르는 감정은 바로 아련함이다.

또렷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그 감정은 심장을 쪼그라들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내가 여미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여며지는 느낌은 눈물과 서러움을 동반한다.


가족과 일상에 대해 아련함을 느낀다는 건, 그러나 축복이다.

결국 그 소중함을 기억해냈다는 것이며 앞으로 나는 그 존재에게 더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함과 아련함 사이.

그곳엔 일상이 있고, 가족이 있다. 가족은 일상이며, 일상은 가족이다. 그 사이에 있기에 나는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공항 입국장에서 수많은 짐들과 함께 도착한 가족을 보며 생각한 그 찰나의 순간을 나는 이렇게 기록한다.

당연함과 아련함 사이에서 내가 살아갈 이유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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