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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5. 2022

첫 해외여행을 기억하며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으므로.

첫 해외여행의 기억은 약 25년 정도의 기억을 거슬러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 한 번도 말해보지 않은 언어.


'한 번도'... 란 말은 새로움의 다른 말이다.

일상을 뒤집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은 늘 낯설지만 설레는 일이다. 게다가 바다를 건너간다는 건 더 없는 설렘이었을 시대였다. 같은 하늘을 날아도 국내선과 국제선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닥부터 확인했다.

왠지 '해외'란 곳의 땅은 다를 것만 같아서였다. 흙과 풀 한 포기조차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해외에 대한 동경과 환상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내가 밟은 땅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고, 들풀과 또 다른 풍경 또한 조금은 낯설 뿐 일상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과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귀에 들리는 알 수 없는 언어는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해외'가 내게 있어 '환상' 정도는 아니었단 뜻이다.

'또 다른 현실'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하긴, 우주에서 바라보면 나는 '지구촌'이란 곳에서 조금은 멀리 있는 옆 동네를 간 것뿐일 테니까.


내가 기대했던 해외는 무엇이었을까?

말 그대로 환상이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왜 환상을 품었을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무지(無知)'에서 왔음이 틀림없다. 알지 못하니 생각은 그 범위를 넓혀 말 그대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상에서 우리는 나래를 펼친다.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어느 것이라도 떠올릴 수 있는 날개. '무지' 또한 새로움의 다른 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모른다고 다 나쁜 것이 아니다. 몰라서 즐거운 순간은 꽤나 많다. 무언가를 알아갈 수 있는 흰 도화지 같은 상태이니까. 몰라서 두려운 건 즐거움이 아니지만, 모르기 때문에 알아가는 과정은 축복과도 같다.


이제 나는 직업상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밟아보지 않은 대륙이 몇 없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어느 곳을 가도 이국적인 느낌을 받기보단, 같은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낀다. 곳곳의 환경에 따라 사는 모습이 조금 다를 뿐.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삶을 이국적이나 이질적인 것으로 보기 보단, 본질적으로 그 이유를 떠올리곤 한다. 결국 본질은 같다. 먹고, 마시고, 싸고, 이야기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경쟁하는 그 모습이 정도의 차이일 뿐 어디에나 존재한다.


결국, 여행은 내 일상을 떠나 남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다.


내 일상과 네 일상은 본질적으론 같지만, 표면적으론 다르다.

그 다름에서 오는 것들이 무지를 일깨워주고 새로움을 선사한다. 물을 건너 더 멀리 갈수록, 그것의 크기는 더 크다. 그래서 우리는 더 멀리, 더 많이 가려는 것이다.


첫 해외여행을 떠올리며, 어느덧 나는 25년의 세월을 휘저었다.

이 또한 내게는 여행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으므로.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여행'입니다.


[글로 노는 사람들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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