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몇 번 안되는, 그러기에 이채롭고 다채로운.
그런 날이 있다.
일부러 조합을 하려해도 쉽지 않은 것들이 그저 우연히 만난 그 날.
날씨가 그렇고, 그 시간대의 햇살이 그렇고, 구름의 조합이 그러하며 바람의 지나감의 정도가 적절한.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 흡사 나에게 분주하고 활기찬 거리를 선사하기 위한 연출이라도 되는 듯이 그렇게 구성된 하루.
해수면보다 낮은 이 땅에서, 각 건물들의 정수리를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네덜란드 왕궁 앞의 휑한 광장에 다소 옛날식으로 보일 수 있는 케르미스가 들어선 그 날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 무슨 왕궁 앞에 경망스러운 것들의 조합이겠냐마는, 관람차에 몸을 실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암스테르담을 전망하면 다채롭다 못해 이채로움을 느낀다.
각도의 중요성.
셀카를 찍을 때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45도의 각도에서 내려다본 암스테르담은 평소와는 달랐다.
분명, 제법 달라보였다.
우연히 조합된 것들의 향연은 그렇게 결국, 내 눈과 마음을 호강시키고는.
익숙하다는 미명아래 그저 스쳐 지나간 것들을 반추하게 했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음을.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