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상'은 구분되지 않는 무엇이다.
여행은 '즐거움'이란 말에 나는 의문을 품는다.
즐거움은 어디까지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다. 여행을 위한 돈과 시간이 확보되면 즐거움이 시작된다. 출발하는 날까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때론, 온라인으로 미리 그곳을 다녀오기도 한다.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고 공감하며 그곳에 가면 이걸 꼭 해봐야지, 먹어봐야지, 가봐야지... 등의 즐거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꼭 가보고 싶은 장소를 마크하고 동선을 짜는데에서 오는 수고는 꽤 짜릿하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든다. 머리로, 마음으로. 욕구와 바람으로 점철된 그 시간의 몰입도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상상의 정도는 현실을 능가한다. 현실을 능가하는 상상이라면, 그것을 여행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재밌는 건, 막상 여행이 시작되면 걱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짐은 제대로 챙긴 건가.
혹시라도 무언가를 빠뜨려 불편함을 겪지는 않을까. 도착하면 어디를 가야 하나. 무엇을 먹어야 하나. 아니, 가고자 하는 그곳을 나는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으려면, 여행지를 만끽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가족들과 여행 가면, 언제나 한 발 앞서 걷는다.
목표 지향적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가고자 하는 곳을 찾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장소에 도달하면 나는 이내 안도하며 뒤를 돌아본다. 가족들은 언제나 그런 나를 잘 따라 준다. 때로는 이것이 가족을 위한 것이 된다. 막연한 두려움은 나 혼자의 몫으로 하고, 가족들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루트를 개척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무언가를 음미하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문득, 이게 여행인지 삶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가장의 무게를 지고 나는 언제나 한 발 앞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무언가를 음미하는 게 때로는 사치로 다가오기도 하는 내 숙명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가장은 여행지에서도 가장인 것이다. 여행도 결국 삶에 귀속된 (조금은 특별한) 일상이니까.
이후에도 걱정은 이어진다.
여행 전 내가 선택한 것들이, 제대로 된 선택이었을까. 생각보다 불편한 숙소를 마주할 때나, 기대보다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면 후회가 몰려온다. 긴박하게 생기는 변수를 마주할 때면 좀 더 세세히 살펴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집에 도착해 짐을 풀 때까지도 내 걱정과 긴장감은 그대로다.
여행 중 느끼는 행복은 순간이다.
늘어지게 잘 때, 원 없이 맛있는 걸 먹을 때. 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앙망하던 것들을 마주할 때. 잠시 스치는 그 느낌은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오히려 도파민의 고점을 찍고 나면, 그다음엔 허탈함과 걱정이 몰려온다.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지만 그것은 순간이란 거 깨닫고, 월요일 앞에 엉거주춤한 직장인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행복은 걱정과 두려움의 등락에서 온다는 것을 말이다. 걱정 없이 살면 좋겠다고 우리는 말하지만, 걱정 없인 행복도 없다. 행복이 높은 기분이라면, 걱정이라는 낮은 기분을 겪어봐야 그 높낮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걱정들을 하나하나 몸소 겪고 나면, 무엇이 행복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생긴다. 여행이라는 걱정의 연속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추억이라는 행복이 삶의 전반에 걸쳐 잔잔하게 남게 된다.
여행은 걱정의 연속이다.
우리네 일상도 걱정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걱정의 연속이라는 교집합 아래에, '여행'과 '일상'은 구분되지 않는 무엇이다.
여행이라는 들뜸과, 일상이라는 진중함을 가지고.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걱정의 연속, 그 중간중간에 맛 볼.
'행복'이라는 달콤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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