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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7. 2023

운전. 삶. 선택의 연속.

어떤 길로 가느냐보다, 내가 가는 길이 더 중요하니까

출근길에 언제나 마주하는 3갈래 길이 있다.

왼쪽 두 차선과 오른쪽 한 차선으로 나뉜 길인데, 그 사이엔 거대한 탑이 하나 있다.


이 길을 마주하면 나는 '선택의 기로'란 말을 떠올린다.

어느 차선으로 가야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을까. 그 길을 마주하면 객관식 삼지선다형 앞에 선 기분이다.


1번.

2번.

3번.


어느 답을 고를지는 순전히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다.

눈을 들어 조금 더 앞을 본다. 세 갈래의 길 앞에 혹시라도 천천히 가고 있거나, 애매하게 헤매고 있는 차들이 있는지 보기 위함이다. 그런 차가 있으면, 당장 빨라 보이는 길도 곧 막히게 되니까.


그래.

오늘은 3번이네. 왼쪽 두 차선이 느릿느릿 한 동안 우측 한 차선 차들의 움직임은 매끄럽다. 3번을 택했던 어느 한 날은, 내 예상대로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또 어느 한 날은, 갑자기 합류한 어느 한 차가 느릿느릿 달리며 정체를 일으키기도 했다.


재밌는 건, 경험의 통계치로 볼 때 그 어느 길도 엄청나게 빠르거나 또 엄청나게 느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답을 맞히려 골몰했을까.

내 선택의 기준은 '속도'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이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차이는 불과 몇십 초 차이였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늘 엇비슷했다.


무엇을 선택하는가 보다, 내가 선택한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괜스레 옆 차선의 다른 차가 나보다 빨리 가는지를 가늠하기보단 안전하게 그 길을 가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다 더 빠른 빈틈이 생기면 차선 변경을 하면 된다.


갈래 길이 나오면 선택의 압박을 받는다.

선택의 압박은 사람을 초조하게 한다. 초조한 마음은 자꾸만 옆 차들을 기웃거리게 한다.


내일 다시 출근길에 오를 때, 나는 그 세 갈래의 길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 가는 대로. 가던 길 그대로. 어느 한 길에 올라섰다면. 나는 속도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선택한 길을 안전을 추구하며 정성을 다해 운전할 것이다.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임은, 운전과 삶이 다르지 않다.

둘 이상의 갈래로 나뉘는 길 위에서 나는 더 이상 선택 장애에 걸려들고 싶지 않다.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선택에 대한 포용으로 승화하려 한다.


어느 길로 가든, 속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속도보다 중요한 게 더 많다는 걸, 선택의 무게를 내려놓음으로써 알게 되었다.


어떤 길로 가느냐보다.

내가 가는 길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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