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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13. 2023

그 사람의 소명은 무엇일까

소명과 소망 사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1천 원 밥집을 하는 식당 주인이 나왔다.

백반이, 그러니까 밥 한 끼가 14년째 1천 원이라고?


사람들은 오해하기 시작했다.

이건 건물주니까 가능한 거야.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편지까지 받는다고 한다. 건물주라고 미루어 짐작하여, 영치금을 넣어달라는.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얼마나 성급하고 염치없는가.

알고 보니 식당 주인의 삶은 팍팍했다. 먹고살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그마저 번 돈을 모두 식당에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집 보증금까지 빼내어 식당에 보태었고, 함께 일하던 이모님들을 내보내어 혼자 온전히 모든 걸 감당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


식당 주인의 하루하루를 나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내가 생각하는 범위는 그의 삶의 범주를 가늠할 수 없다.


그는 어머니의 식당을 물려받았다.

도와줄 수는 있다는 말이, 어느새 어머니의 작고 후엔 식당을 물려받겠다란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의지는 아니었다. 물려받은 식당을 운영하던 3년째에는 타의에 의해 식당을 그만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온정의 손길은 그녀가 계속하여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등을 떠다밀었다.


그는 왜 식당을 계속하고 있을까?

녹록해 보이지 않는 그 삶을 왜 계속 이어가고 있을까?


어머니의 유언 때문에?

천 원으로 끼니를 때우지 못하면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우문 우답이다.

그의 식당엔 이유도 답도 없다.


말하지 않았는가.

내 생각의 범위는 그의 삶의 범주를 가늠할 수 없다고.


그저 내 소명이 무엇인지를 돌아본다.

나에게 소명이란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1천 원의 밥맛이 궁금한 것처럼, 내 소명에 대한 궁금증과 식욕이 몰려왔다.


식당 주인의 유일한 낙은 어느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누가, 봉사하는 사람이 이 가수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도 되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사진을 내렸다. 오호통재다. 누군가를 위하는 사람은 욕구도, 욕망도, 즐거움과 쾌락도 금지해야 하는가. 그의 욕구가 그리 크거나 무리한 것도 아니건만.


나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허한다.

무엇을 올리더라도 나는 응원한다. 소명을 지켜가는 자에겐 소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좀 더 크면 좋겠지만. 어느 날, 그 프로필 사진의 주인공이 그녀의 식당을 방문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보란 듯이, 프로필 사진을 두고 왈가왈부한 자들에게 그 둘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리면 좋겠다.


그녀의 소명과 소망에 부끄러워지는 오늘 하루.

내 바람은 단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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