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y 27. 2023

미루는 맛의 달콤함과 씁쓸함

달콤함엔 책임이 따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주말.

금요일까지의 나는, 바쁜 업무로 인해 나를 위해 하지 못하던 것들을 주말에 다하겠노라고 다짐했던 터였다. 주말의 나에게 모든 걸 미룬 금요일 밤은 그렇게도 달콤했다. 그러나 맞이한 주말은 무기력에 무기력을 더하여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었다.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걸까.

주중의 모자란 잠을 몰아 자는 것도 분명 필요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와 일상의 평정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할 텐데. 각박한 마음은, 아무래도 각박한 세상에서 배운 게 아닐까.


무언가를 미룰 때, 나는 순간 달콤함을 느낀다.

어렸을 때의 달콤함은 순수와 동심이라 여겨지지만, 어른이 된 후의 달콤함은 책임져야 할 무엇이다. 단 것을 먹고 이가 썩어 뽑아내도, 영구치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즐기는 달콤함은 건강과 직결된 현실이다. 그러니까, 어렸을 땐 미루는 삶을 살아도 크게 문제가 없었단 이야기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누리는 달콤함은 책임투성이이며, 미루는 달콤함에 빠져들었다가는 건강이고 뭐고 당장 먹고사니즘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책임'의 유무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앞선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미루는 맛은 달콤하고.

달콤함엔 책임이 따르고.


더 이상 달콤함을 달콤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이 그토록 마음 무거운 것이 아닐까.


요즘엔 당을 많이 섭취하면 무언가 느낌이 온다.

금세 당이 떨어져 손이 떨리거나, 속이 미식대기 일쑤다.


무언가를 미루고 미루다 보면, 당에 반응하는 몸처럼 마음도 편하지가 않다.


어디, 책임 없는 달콤함은 없을까.

달콤하기만 한 달콤함은 없는 걸까.


씁쓸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와.

어느새 나는 단 것 하나를 찾아 집안을 서성인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연필 깎고 싶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