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제일 맛있다!
- 우리 엄마 -
어른들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가며, '아... 시원~하다'란 말을 들었을 때 난 두 귀를 의심했다. 뜨거운 음식이나 국물을 먹을 때도 어른들은 그 탄성(?)을 자아냈다. 어린 마음에, 내가 무언가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었나를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뜨거운 욕탕에 들어갔을 때나 뜨거운 국물을 들이켤 때, '시원~하다!'란 방언을 터뜨리는 데에는 나에게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중학생 때부터 그 느낌적인 느낌을 알아챘던 것 같다. 자연스레 그 감탄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올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도 생생하다.
또 하나 기억나는 말은, '물이 제일 맛있다!'란 말이다.
어렸을 적. 더운 여름날. 냉장고 안엔 다 먹은 델몬트 주스 유리병이 있었고 그 안에는 어김없이 보리차가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컵에 보리차를 콸콸 따르며, 두세 모금을 연거푸 들이마셨다. 탁자 위 유리에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탁'하고 나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아... 물이 제일 맛있다!'란 말을 외치셨다.
나는 이제 그 맛을 안다.
온몸이 물을 원하여, 입에 갖다 대기만 해도 쫙쫙 빨려 들어가는 느낌. 퍽퍽한 스펀지가 물을 있는 힘껏 빨아들이는 느낌. 동시에 시원함과 청량함, 그리고 보리차의 구수한 맛이 온 입안을 감싸는 느낌. 배가 부른 포만감은 아니지만, 그걸 포만감이라고 표현하지 않으면 달리 그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는... 아니 무언가가 충만해진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느낌.
지금은 보리차보단, 생수를 들이켜는 경우가 많지만 기분 탓일까... 갈증이 심할 때 시원한 생수를 들이켜면서 나는 어린 시절의 보리차 향을 느끼곤 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을 맛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렇게.
나는 어머니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을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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