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보기
여행이란 말은 참으로 오묘해서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물리적인 장소의 변화를 두고 여행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관점을 바꾸어 일상을 달리 보는 것을 여행이라 해야 할지, 또는 우리네 인생 자체를 하나의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정의를 내리려 하면 그 정의 안에 봉인되지 않는 게 바로 '여행'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여행엔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경계를 벗어나면 우리는 비로소 '여행'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는데, 가장 쉬운 경계의 기점은 바로 '물리적 거리'다. 걷든, 차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장소의 이동은 여행의 가장 확실한 구분법이며 경계를 벗어남으로써 여행은 시작된다.
좀 더 쉽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경계는 바로 '일상의 중력'을 벗어나는 지점이다.
일상엔 중력이 있다.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끌어당기는 힘. 중력은 우리가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안정감을 주지만, 저 하늘을 날지 못하게 하는 제약 요소이기도 하다. 일상의 중력도 마찬가지. 일상이라는 소중함을 잘 알고는 있지만, 일상에 파묻히다 보면 우리는 꿈을 잃거나 고단함에 절어 삶의 의미를 쉬이 잊곤 한다. 인류가 우주를 동경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중력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희망 또는 환상도 있지 않을까. 몸이 두둥실 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산소도 없는 막막한 우주라는 제약 요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정도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굳이 어디를 가지 않아도 그것이 여행인 것을.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원하는 때에 관점을 휙휙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면, 그는 득도를 했거나 해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같은 중생과 미생은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서라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하여, 때론 멀리 가는 여행이 필요하다.
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삶의 양식이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차로 수 시간을 달리고, 비행기로 국경을 넘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기후가 다르고, 먹는 게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다르다. 그 다름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체험하고 맛보다 보면 어느새 내 일상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새롭게 보이는 것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집으로 가는 짐을 기꺼이 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저 멀리 여행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와 큰 깨달음을 얻는다. 다른 일상을 엿보며, 우리네 일상을 재해석한다. 다시 일상의 중력에 이끌려, 우리는 쳇바퀴를 돌 것이다.
그러나, 저 멀리 떠난 일상에서 중력의 유무를 인식한 존재의 삶은 분명코 바뀌게 된다. 다름에서 찾은 공통점. 공통적이지만 다른 형형색색의 삶을 떠올리며.
내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이 주는 깨달음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 않던 질문을 하게 되고, 내 삶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테니.
때론, 멀리 가는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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