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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3. 2023

중년 남자에게도 뉴진스는 위로가 될까?


내 생일 파티에 너만 못 온 그날

혜진이가 엄청 혼났던 그날

지원이가 여친이랑 헤어진 그날

걔는 언제나 네가 없이 그날

너무 멋있는 옷을 입고 그날

- 뉴진스 ETA 중 -



이 가사가, 중년의 남자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무 관계도 없다. 나는 혜진이가, 지원이가 누군지도 모른다. 지원이가 여자 친구랑 헤어진 이유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주체가 '걔'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에도 관심이 없다.


중년의 삶은 팍팍하다.

줄어드는 남성 호르몬, 세상을 씹어 먹으려 했던 호기는 온데간데없다. 가족은 각자의 역할과 생활에 바쁘다. 때론 스스로가 돈을 벌어오는 기계가 아닌가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원했던 꿈이 뭔지를 기억해내려 하는데, 도무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것을 꿈꿔 보고 싶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켜켜이 쌓인 현실에 중년이란 현실은 나를 이도저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트랩이나 미로에 갇힌 기분.


대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뭘까?


다행히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가족들의 재잘거림을 통해, 충분히 고생해도 되겠다는 삶의 가치도 느낀다.

아주 간혹, 정말 간혹 받게 되는 본업에서의 인정은 그나마 빼꼼히라도 숨을 쉬게 해 준다.


그리고 요즘은 뉴진스.


우연히 마주한 노래가 머리와 마음을 맴돈다. 

역시나 가사 뜻은 잘 모르겠다. 한글과 영어가 교차하는, 완전한 문장은 아닌 게 분명한데 뭔가가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멤버가 다섯 명인지, 이제 막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던지는 최근에서야 알았다. 좀 더 알게 된 게 있다면, 윙크를 하며 혀를 내미는 멤버가 하니라는 것과 여자 아이돌 그룹의 필수 요소인 고양이상을 가진 멤버가 해린이라는 것 정도. 아, BTS와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네.


BTS에게로부터 받은 위로가 역경을 딛고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세상에 널리 알린 꾸준함과 열정이었다면, 뉴진스는 그와는 다른 위로를 나에게 건네고 있다.

그게 무얼까.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풋풋함과 새로운 음악 스타일? Super Shy를 처음 접한 SNS에선 도입부만 들었던 터라 외국 가수의 노래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ETA에 빠져 들게 되었네? 어라... ETA는 제품이 언제 도착하냐는... 회사에서 쓰던 용어인데...


때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로 하루의 힘을 낼 수 있을 때가 있다.

작은 사탕 한 알, 누군가의 지나가는 무심한 칭찬 한 마디. 웃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들. 문득 떠오른,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살아온 게 아닐까 하는 자기 위로. 


무언가를 잠시 잊고.

무언가를 흥얼거릴 수 있는 건 스스로 접수하는 선물이다.


하니가 혀 내밀고 윙크하다 혀를 깨물지 않기를.

고양이 상이라고 해도, 정말로 해린이가 고양이로 변하지 않기를.


중년 남자에게 뉴진스는 그렇게 위로와 바람이 된다.

위로가 필요한 나이라 특히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중년이 되어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글을 쓰는 동안 뉴진스 음악이 끝났다.

한 번만 더 듣고, 내일을 또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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