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04. 2023

운전은 흐름이지, 삶도 흐름이고.

처음 운전을 배울 땐, 앞으로 잘 가는 것이 운전의 전부라 생각했다.

당시엔 변속기가 수동이었기에 더 그랬다. 조심조심. 시동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급선무였는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조금의 경사로가 있다면 시동은 꺼지기 일쑤였고, 클러치와 변속기 그리고 엑셀의 삼박자를 잘 맞춰야 했기에 왼 발, 오른발 그리고 오른손은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빴다.


그러나, 운전이 어찌 그러한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겨우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될 때쯤, 또 하나... 아니. 여러 가지 큰 산과 고비를 만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후진과 주차다. 앞으로 갈 생각만 했지, 그러고 보니 운전을 하려면 언젠가는 정차를 해야 하고 차를 세워두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차는 달리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은가. 평행주차, 직각주차. 생각만 해도 후들후들한 코스는, 후진을 할 때 사이드 미러와 주차선의 어느 지점이 만날 때 핸들을 모두 꺾으라는 공식에 의해 '암기'로 통과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진다.


어라.

이게 다가 아니네. 전진, 후진. 그리고 주차를 마스터했다는 기쁨도 잠시. 더 어려운 레벨을 만나게 된다. 그건 바로 '차선변경'이다. 차선변경은 단순한 라인 바꿔 타기가 아니다. 좌우 방향 지시등을 켜지만, 그건 좌우로 움직이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대각선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좌회전, 우회전이 아니라 속도를 더 올리며 앞으로 나가야 하며, 새로운 차선에 안착할 때까진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더더군다나, 방향 지시등을 켜면 더 빨리 달려오는 뒤차와의 기싸움은 운전 초보를 더 초보로 만드는 강박이자 두려움이다.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운전은 흐름'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흐름과 대열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남들과 갈등 없이, 그리고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진, 후진, 주차 그리고 차선 변경을 배워온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배워온 모든 도덕관념과 사회 예절, 나아갈 때와 후퇴할 때를 알고. 때론 살기 위해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차선 변경과 같은 일들. 모두 '삶의 흐름'을 타기 위한 것이다.


운전을 잘한다는 건, 빨리 달리고 곡예 운전을 하는 게 아니라... 결국 흐름을 잘 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 산다는 건 삶의 흐름을 잘 탄다는 것이다. 내 속도와 너의 속도를 알고, 적절히 끼어들 때를 알며, 서 있을 곳에 안전하게 주차하는 기술. 이 모든 걸 종합하여,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적지에 이르는 의지.


흐름을 잘 타기 위해선 사지가 분주해야 한다.

눈은 사주 경계를 해야 하고, 손과 발은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이뿐인가. 온도도 잘 맞춰야 하고, 음악 소리의 크기도 맞춰야 한다. 이것을 하나하나 어떻게 다 조절할 수 있을까. 익숙해지면 생각하지 않고도 움직이게 된다. 이는 흐름 속에서 피어난 본능이다. 흐름을 타다 보면, 어느새 의식적으로 행하던 것들은 자동적으로 흘러가게 된다.


삶도 흐름이라면,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도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크고 작은 갈등과 사고를 경험했을 것이다. 세상과 타인의 흐름 속,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흐름은 그들의 것과 잘 맞추어가고 있는가. 혹시, 잦은 갈등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면 내 흐름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삶의 녹록지 않으면, 흐름을 먼저 돌아보려는 이유다.

그리고 기본기를 재점검한다. 속도가 높지는 않은지, 방향 지시등은 제대로 켜고 있는지. 내 흐름을 먼저 돌아보고, 다른 이들의 그것도 함께 살핀다. 내 속도에만 치중하거나, 다른 이의 속도만 의식하면 흐름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운전은 흐름인 것이다.

그렇게, 삶도 흐름인 것이고.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만드는 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