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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08. 2023

돈을 밝혀라. 돈에 밝아라.

돈 밝히지 마!


어렸을 때 아빠는 '돈을 밝혀선 안된다.'란 교육을 받고 자랐단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그땐 그랬으니까. 부자는 탐욕스러운 사람이고, 가난한 사람은 선량하다는 정서가 가득한 시대였지. 전래 동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도 그러한 이데올로기는 뚜렷했어. 재물만 밝히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서민들이 심판하거나, '권선징악'이란 플롯에 따라 그 둘이 뒤바뀌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가 막을 내리곤 했지.


돈을 밝혀선 안된다는 사상이 팽배했던 건, 우리네 '집단주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란다. 집단주의란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를 말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걸까?


역사적, 지리적 조건이 가장 큰 이유란다.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한국은 고대부터 다양한 외부 침략과 내부 분쟁을 경험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 협력과 단결이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된 거지. 13세기엔 몽골로부터, 16세기엔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17세기 척신전쟁에 이어 18세기 이후엔 치욕적인 일제 강점기 시절을 보냈지. 그게 끝이었을까? 아니야, 우리나라가 전 세계 유일한 (종전이 아닌) 휴전국가라는 사실. 한국전쟁은 강대국의 이념에 의해 갈라진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이야.


품앗이라고 들어봤지?

품앗이는 우리네 집단주의 문화를 아주 잘 나타내주는 하나의 농경문화란다. 임금을 주지 않는, 1대 1의 교환 노동으로 농사일은 물론 염전의 소금일, 제방 쌓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되었지. 옆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알 정도로 이웃은 가까웠고, 기쁨과 슬픔도 모두의 것이었지.


이렇다 보니,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하나의 금기(Taboo)와도 같았단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어느 한 개인이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면? 그 둘을 동시에 드러낸다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속담이 왜 생겨났는지가 이해되는 대목이겠지.


웰컴 투 자본주의


지금은 어떨까?

이제 한국은 '개인주의 시대'로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아. 전통적인 집단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독립성과 자유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는 시대로 탈바꿈된 거지. 가장 크게 바뀐 건, 개인의 욕망과 돈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는 거야. 집단주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라는 형태마저도,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로 재편되고 있지. 


유튜브와 SNS를 볼까?

불과 몇 십 년 전엔 돈을 밝히지 말라는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돈을 쉽고 빨리 버는 방법에 대해 소리치고 있어. 큰돈을 벌어 명품을 소비하거나, 슈퍼카를 샀다며 자랑하는 모습은 이미 비일비재해.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회가 된 거야. 2019년엔 로또 1등에 당첨된 어느 한 사람이 총 12억 원을 수령하고 가족들에게 5억여 원 정도를 나눠주었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났고, 끝내는 안타깝게도 그 다툼은 살인 사건으로 막을 내렸어. 돈 앞에선 가족도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고, 동시에 개인의 욕망이 집단의 결속과 역사적 문화를 뛰어넘는 시대가 되었다는 방증이야.


그리하여 요즘은 범죄도 돈에 대한 것이 많단다.

전세 사기부터 보이스 피싱까지. 그 발전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이미 그 방법이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어. 꼭 범죄가 아니더라도, 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원금을 지키지도 못하게 되어 뒤처지는 시대가 돼버렸어. 


개인주의의 확산.

그로 인한 전통적 문화의 붕괴.

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뒤처지거나 사기당하는 세상.


웰컴 투 자본주의 시대!


이젠, 돈을 알지 못하고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란다.


돈을 밝혀라!
그리고 돈에 밝아라!


옛 조선 시대와 같은 때에는 '문맹(文盲: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름)'이 계급을 나누는 하나의 잣대가 되었어.

교육받지 못하고,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은 무시받기 일쑤였고 문맹은 그렇게 대물림되었지. 요즘 시대엔 더 무서운 잣대가 하나 생겼어. 그건 바로 '돈맹'이란다. 돈을 알지 못하면 무시는 물론 먹고사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마저 위협받게 되는 시대야. 


얘들아.

돈을 밝혀라.

그리고 돈에 밝아라.


아빠가 간절히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란다.


'돈을 밝히다'란 말은, 돈을 노골적으로 좋아한단 말이야.

앞서 말했듯, 예전이라면 사회적으로 비난받았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대 놓고 좋아해야 하는 것이 옳아. 좋아하면 관심을 갖게 되어 있고, 관심을 갖게 되면 더 다가가게 되니까. 다만, 돈을 왜 좋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명확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 '욕구'와 '욕망'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봐야 해. 돈을 얻고 싶다는 건, 욕구와 욕망을 발현하겠다는 것이니까. 어떠한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돈이 생겼을 때 사람은 본심을 드러내거든. 돈을 제대로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돈이 생겼을 때 사람은 처참히 망가질 수 있단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돈이 생겼을 때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


자, 이제 돈을 밝히게 되었다면. 이젠 돈에 밝을 차례다.

돈을 밝히게 되었다면 어느 정도 돈의 속성에 대해 알게 될 거야. 때론 내가 돈의 주인일 수도 있고, 또 때론 돈이 내 주인 행세를 하게 되기도 하지.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분명히 발생할 수 있어. '돈에 밝다'란 말은 돈에 대해 매우 잘 안다는 것이다. 돈의 의미와 속성, 돈을 버는 방법 그리고 더 중요한 돈을 쓰는 방법까지. 돈에 밝아라. 그 무엇보다 더 그것에 더 밝아라. 그래야 이 시대를 잘 살아갈 수가 있다.




아빠가 사회에 나와 삶을 살아보니, 국영수 또는 대학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게 돈공부라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란다. 항상 이야기하듯, 너희들이 공부하고 있는 것들 또한 돈, 경제와 연관시켜 볼 줄 알아야 해. 너희들이 공부하고 있는 이유 또한 자아계발과 함께 경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 못했던 돈 공부는, 사회에 나와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은 뒤늦게 몸소 깨달으며 얻은 후회로 남아있어.

누군가 아빠에게 돈을 밝히라고, 돈에 밝으라고 말해줬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여유로워졌을 것이라고 확신해. 돈에 대한 관념과 지식은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유리하단다. 뒤늦게라도 깨닫고 경제적 안정을 맛본 아빠는 너희가 하루라도 더 빨리 돈에 대한 공부를 시작함으로써 아빠보다 더 여유 있는 삶을 꾸려 나가길 바란다. 


다시 한번 더.


돈을 (제대로) 밝혀라.

그리고 돈에 (그 무엇보다도 더) 밝아라.


아빠의 이 말을 새겨듣고 실천해라.

너희 아이들에게도, 너희가 직접 전해라.


하루라도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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