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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6. 2023

예전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된다.

계단을 오를 때, 운동을 할 때. 무언가를 깜빡하여 어처구니없이 소중한 것을 어딘가에 놓고 왔을 때.


"예전 같지 않아..."


누가 들으면 예전의 나는 슈퍼 히어로인 줄 알겠다.

뭐든 가능했던 것이 과거의 나였을까. 예전의 나는 어땠기에 지금의 모든 하지 못하고, 모자란 것들을 대변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인가.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못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었을까?


오늘의 나는 또한 내일의 나와 비교되겠지.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날보다 조금은 더 잘나고, 힘세고, 무언가 여유 있는 존재가 아닐까? 문제는 오늘의 내가 그것을 미리 비교하여 알아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가 사실은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인 걸 감안하면, 예전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원래부터 안고 있던 문제였거나 말이다.


오늘의 나를 변명하기 위해 과거의 나는 회상된다.

내일의 나를 변명하기 위해 오늘의 나도 회상되겠지.


회상되는 건 자아뿐만이 아니다.

시대 또한 회상된다. 예전과 같지 않은 요즘을 한탄하며, 이미 지난 시간과 시대는 불려 온다.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노래 가사의 뜻을 음미할 때, 이 시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때. 돈은 없어도 낭만이 있던 시대를,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를 들으며 떠올린 의미 가득했던 그 시절의 노래 가사를, 당최 따라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느슨하게 숨 쉴 수 있던 그때를.


지나간 것은 꽤나 아름다워 보인다.

설령, 그때의 내가, 그때의 시대가 힘들고 아팠어도 기억되는 한 그것은 미학이 된다. 마치, 산꼭대기에 올라 바라보는 모든 전경엔 그 어느 아픔이 없어 보이는 것과 같이.


예전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건, 오늘의 내 존재를 입증하려는 발버둥일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든) 변화한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어느 다른 시간대에 있는 나 자신을 인식한다는 건 생각함으로써 증명하는 스스로의 존재이니까.


지나간.

지나가고 있는.

지나갈 날들에 대한 것들이 어느새 내게는 이미 예전 같지 않을 것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은.

예전 같지 않을.


오늘 하루가, 나에겐 이미 아련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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