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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5. 2023

멋도 부지런해야 부린다더니 (타투를 해 말어?)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니,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가 몸과 마음에 배겼다.

언젠가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는 떼어질 것이 확고하나, 글쎄. 말처럼 쉽게 떼어낼 수 있을까. 직장인의 삶은 역동적이면서도 역동적이지 않다. 역동적이라 할지라도 그건 수동적이고도 피동적인 역동성이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별의별 일들과, 별의별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그렇다. 내가 역동적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환경에 의해 자가발전을 하는 모양새다. 그 외의 삶은 반대로 역동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승진과 월급, 그리고 인정에 팔랑거리는 삶은 보람도 있지만 역동성을 무마한다. 괜히 헛된 일을 하지 않아야 하고, 평판에 금이 가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하다 보면 조심조심... 그렇게 소심한 삶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일까.

문득,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단 생각이 격하게 찾아왔다. 이곳 멕시코에서 주재하고 있다 보니, 내 눈에 뜨인 건 바로 Tatoo(문신)다. 주변 문신을 한 동료들이 차고 넘친다. 손목 위 작고 귀여운 도형부터, 허벅지 전체를 덮은 무시무시한(?) 동물까지. 중년이라는 오춘기 사내에게, 그것들이 살아 움직이며 손짓을 한다.


문신이나 해볼까...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 침묵의 의미를 나는 안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걸 말 없음과 눈빛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지? 문신은 좀 그렇지? 내 질문에 내가 대답하며 머쓱하게 자리를 피했다.


아, 그렇다면 이 지루하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 충동을 무엇으로 잠재울까.

얼마 전 가족들과 멕시코 Puebla(푸에블라) 여행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그 도시엔 'Alley of the frogs'라는 벼룩시장이 있는데,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팔찌는 괜찮지?"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사탕 앞에 신난 어린아이처럼 이런저런 팔찌를 골라 담았다.

생전 처음 해보는 팔찌. 어색하지만 뭔가 기분이 전환되는 듯했다. 회사에서 남들이 보고 뭐라 하진 않을까, 괜히 튀는 것 아닐까. 이런저런 기우와 잡생각은 잠시 거두기로 했다. 타투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뭐.


지금 그 팔찌들(총 4개...)의 근황은 어떨까.

처음 팔찌를 사고 났을 때, 일주일은 언제나 내 손목에 팔찌들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 둘, 줄어들더니 이제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할까 말까. 분주한 출근길에 팔찌를 손목에 감아 끈 길이를 조절하는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아침 샤워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팔찌 하나를 그 과정에 추가하니 심리적으로 상당히 큰 시간이 소요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멋도 부지런해야 부린다더니.

아직 나는 그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가 보다. 직장생활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월급을 받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글쎄, 은퇴를 하고 나면 또 타투 타령을 할지 모르겠으나, 일주일에 한 번을 겨우 할까 말까 한 팔찌들을 바라보면서 아직은 타투를 하지 않은 게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조금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료한 삶을 바꾸는 방법이 꼭 밖에만 있다는 생각도, 글을 쓰면서 달라졌다.


타투는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고통스럽고, 더 비싸다는 걸 떠올리며 내내 그 마음을 접는다.


변화는 나로부터.

외부의 뭔가가 내 삶을 바꿔줄 거란 생각은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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