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명제를 제대로 증명해내는 사물인데요. 네온사인은 전구 여러 개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구 백 개로 이루어진 네온사인이 있다고 해보죠. 그런데 놀랍게도. 네온사인에 불이 켜지면, 전구 백개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글자와 그림이 그것입니다.
네온사인에 왼쪽 화살표 그림이 뜨면, 우리는 그것을 따라 왼쪽으로 갑니다. 더불어, 주요 공지사항이나 주의점이 글자로 뜨면 우리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요?
전구 백개가 그저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뿐인데, 우리는 그 의미를 좇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또 그것에 우리의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자,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구 하나하나를 내 글이라고 생각해보죠.
전구 몇 개로는 네온사인이 성립이 되질 않습니다. 그 어떤 의미도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전구가, 내 글이. 수 십 개, 백개, 천 개 그리고 만 개가 된다면? 아마도 훌륭한 네온사인이 만들어질 겁니다. 전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다양한 색과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온사인은 우리에게 아래 두 가지 선물을 줍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명제에 기반해서 말이죠.
첫째, 삶의 방향을 알려 준다.
우리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힘들죠. 참 쉽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하나하나 글을 모아갔습니다. 글 하나하나는 초라합니다. 전구 하나가 덜렁 놓인 것처럼. 그러나 그것이 모이면 의미가 되고,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만들어집니다.
그 네온사인이 알려주는 방향을 저는 정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쓴 글이 가리키는 방향이니까 말이죠. 무엇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게 중요하다는 확신으로 그렇게 선명하지 않은 날들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겁니다.
둘째, 네온사인이 되어 나를 세상에 알려 준다.
네온사인 본연의 역할은 '간판'입니다.
무언가를 알리는 도구입니다. 화려한 번쩍임과 강렬한 색감으로 알리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알립니다. 낮에는 물론이고 어둠이 드리워지면 그 역할을 더욱더 충실히 해냅니다.
저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7권의 책 출간과 2권의 출간 계약을 하는 동안 한 번도 투고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출판사 편집자 분들께서는 어떻게 저에게 출간 제의를 하게 되신 걸까요? 바로 브런치에 쌓인 제 글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겁니다. 편집자 분들은 좋은 글과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려 혈안 되신 분들입니다. 항상 검색을 하고, 번쩍 번쩍이는 글로 이루어진 네온사인을 찾아다니십니다.
그렇게, 브런치라는 네온사인 틀에 제 글이라는 전구들이 합작하여, 평범한 직장인을 세상에 알려 주고 글의 가치를 전달하여 준 것입니다.
실제로, 함께 출간을 하신 편집자 분들께서는 제 글 하나만 보고는 확신을 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브런치를 방문했을 때 적잖이 다들 놀라셨다고 하는데요. 하나 읽었던 그 글이 전체에 귀속될 때 진정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간 제의를 하시게 된 거고요.
결국, 제 세계관과 철학을 봐주신 겁니다.
그 세계관과 철학은 네온사인, 그러니까 브런치에 쌓인 제 글에 하나하나 녹아 있다는 게 증명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