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치킨 좋아하세요?
여러분과 제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 머리에 딱 떠오르는 브랜드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참고로, 한 금융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영업 치킨집은 8만 7천 개이고 집계된 브랜드만 해도 409개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세 개의 브랜드는 참으로 대단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406개의 브랜드를 제치고 우리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으니까 말이죠. 이를 마케팅 용어로 TOM(Top of Mind)라고 하는데, TOM이 되기 위해서 수많은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통상 '사람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단체, 유무형의 자산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갖는 느낌' 또는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기호·디자인의 총칭'이라 정의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세 가지 치킨 브랜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우리에게 TOM으로 떠오른 걸까요?
아마도, 우린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 브랜드를 마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TV나 온라인, 다양한 미디어 또는 드라마 속이나 매거진. 심지어는 길거리를 지나다 본 간판이나 전단지에서조차 말이죠.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 속을 파고든 그 브랜드는 아마 한 사람에게라도 더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겁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을 수도 있고요.
브랜딩의 형성 과정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브랜딩의 과정, 그러니까 고객이 브랜드를 마주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5A'로 축약했습니다.
그 다섯 가지는 바로 'Aware(인지)' - 'Apeal(호감)' - 'Ask(질문)' - 'Act(행동)' - 'Advocate(옹호)'인데요. 이후에 'CDJ(Consumer Dicision Journey)'나 'CEJ(Consumer Experience Journey)'와 같은 이론으로 확대 및 세분화되었지만 구매 전과 구매 그리고 구매 후를 나누는 과정의 틀은 대동소이합니다.
그 단계에서 아마 치킨 브랜드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자신들의 브랜드가 기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케팅, PR, 광고 그리고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잘 알려진 비유 이미지를 보시면 한 번에 확실히 이해가 되실 겁니다.
마케팅, PR, 광고, 브랜딩의 차이 (출처: medium.com)
즉, '마케팅은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PR(홍보)은 이를 다른 사람을 통해 알리는 것이죠. 광고는 이 사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말합니다. 브랜딩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먼저 알아보는 것을 말합니다. 어쩌면 마케팅, PR 그리고 광고가 합쳐져 브랜딩을 구축해 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케팅, PR 그리고 광고에 노출된 우리는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세 가지 치킨 브랜드에 '브랜딩'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겁니다.
글쓰기와 브랜딩의 공통점
저는 이러한 브랜딩의 특성과 형성 과정을 볼 때, 글쓰기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브랜드는 개인에게도 적용되어, '퍼스널 브랜딩' 형성이 가능하고 그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를 추천해 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발견한 '글쓰기'와 '브랜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제가 글쓰기 강의를 하며 강조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는 바로 '양의 글쓰기'입니다.
'양'은 시간과 정성에 비례합니다. 시간과 정성이 쌓여야 양이 생깁니다. 양이 생기면 그제야 우리는 어떤 패턴을 볼 수 있고, 그 패턴이 작가의 세계관이 되어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또는 자동으로 형성된 그 세계관은 곧 작가의 '브랜드'가 됩니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또한 브랜드에 '양'을 쏟아붓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물론, 돈을 천문학적으로 투하한다면 하루아침에 일정의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라면 시간이 분명코 필요합니다.
즉, 글쓰기와 브랜드는 모두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둘째, 독자와 소비자의 해석을 뛰어넘을 수 없다.
브랜드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란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의 주체가 표적 고객의 마음에 심어주기 원하는 자신의 모습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표적 고객 즉, 소비자가 갖게 되는 일종의 연상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이 두 간극이 좁아야 마케팅 활동의 성과가 높아져 브랜드가 이상적으로 형성된다고 봅니다.
한 대학 신문에서 정리한 기업 이미지 예시를 볼까요?
기업 이미지 예시 (출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각 회사가 내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 이미지가 일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1위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싶은데 소비자는 흔한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또 어떤 회사는 부드럽고 온화한 아이덴티티를 추구해 왔는데 소비자는 특이한 혈액형의 차가운 남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의도한 바는 A인데, 독자가 그것을 B로 받아들이면 그 글은 B가 되는 겁니다. 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C인데, 독자가 저를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D라면 그건 D가 되는 겁니다.
물론, 작가든 기업이든 자신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는 뚝심 있게 가져가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독자와 소비자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조화를 이루면 말 그대로 서로 간의 이상적인 관계가 구축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브랜드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작가가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먹고살기 위함과 생존이라는 본질적인 것을 연계하여 보면, 아마도 그것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거나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게 만들기 위해서일 겁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기업은 영속할 수 있고, 글이 읽혀야 작가는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나 독자는 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해당 상품과 서비스 또는 글을 읽을 까요? 바로 어떤 '가치'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Needs(필요)'와 'Wants(원함)' 중 하나 또는 그 둘. 그게 아니라면 그 둘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기에 지갑을 열고 마음을 여는 겁니다.
요즘 소비자는, 요즘 독자는 똑똑하고 현명해졌습니다.
단순히 필요를 충족한다고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집어 들지 않습니다.
마음을 움직일 '가치'가 없다면, 브랜드도 글쓰기도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글쓰기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해갈 수 있고, 또 구축된 세계관은 탄탄하여 그 어떤 콘텐츠로의 확장도 가능합니다.
꾸준한 글쓰기, 가장 개인적인 것을 가장 창의적으로 써 내려가는 글쓰기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훌륭하고 멋진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해 가길 바랍니다.
글쓰기와 브랜딩의 공통점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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