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멀티태스킹이 되고 싶은데, 한 가지 일밖에 못하겠어요.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인간은 멀티태스킹하지 못한다.'라고 강력히 이야기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분명 운전 중 핸즈프리로 통화를 할 수 있고, 껌을 씹으며 엑셀 작업을 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러나 이것은 자동화된 행동들이 병렬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온전히 그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잘하고 있다'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인지 심리학자들은 이를 '느낌의 전염'이라고 표현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공부가 더 잘된다고 느끼는 것은, 좋아하는 음악이 주는 안정감이 공부하는 내용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평균적인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껌을 씹으며 단어를 외우면 껌을 씹지 않고 외울 때보다 암기하는 단어가 10~2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을 잘하면 일을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건, '느낌의 전염'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대형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 이유. 기분 좋게 그것을 흥얼거리며 '쇼핑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고 있으니 '나 뭔가 되게 유능해 보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멀티태스킹은 'Or' 조건이 아니라 'And'조건이라는 걸 인지 심리학자들은 과학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월리를 찾아라'라는 놀이책은 이를 응용한 것입니다. '남자 + 모자 + 안경'이 세 가지 조건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월리를 찾는 건 운에 기대지 않는 이상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질문자님께서 한 가지 일 밖에 못하겠다고 고민을 주셨는데, 실은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를 아셔야 합니다. 직장에선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여러 일들이 쏟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중요도와 시급도를 나누어 일을 처리하다가 결국 '닥친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위해 하고 있던 일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닥친 일에 대한 연관관계를 잇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그 맥락을 파악하여 일의 순서를 정하고, 'Or'가 아닌 'And'로 순차적으로 일을 (제대로)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하나의 일로도 여러 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에 어수선하게 여러 일을 할 때보다, 확실히 더 큰 진전이 있었고 속도와 효율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려는 욕심보단, 한 가지 일을 제대로 (순차적으로) 여러 개 해내는 역량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질문자님께서 하시는 하나의 일이 다른 일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 맥락을 파악해 보세요. 멀티태스킹보다 더 필요한 역량은 내가 하는 일의 상호 관계와 그 맥락을 파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