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Dec 18. 2023

순수를 입에 올리지 마라

너는 순수한가

- 스테르담 -


누군가 나에게

너는 순수하냐고 물었다.


정확히는

'나는 순수한가'라는 시를 보내며

나의 순수를 거론한 것이다.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아니, 분노는 더러워야 한다.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아니, 슬픔은 지저분해야 한다.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아니, 은은하면 그건 열정이 아니다.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아니, 기쁨은 잠시 취하고도 괜찮은

그 어떤 부끄러움도 관여할 수 없는 만끽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순수함 그 자체다.

이를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는 모든 불만족을 울음으로 표현한다.

주위 사람들의 고막은 아랑곳 않는다.

이처럼 이기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고로, '순수'는 '이기'와 맞닿아있다.

나에게 묻는 당신의 '순수'라는 말은

입술을 거치며 나오는 순간 순수성을 잃는다.


나의 이기심을

너의 어설픈 순수에 대한 개념으로 판단하려 할 때

이미 너는 순수를 잃는다.




찬 새벽.

고요한 시간.

나직이 너의 마음을 살피어라.

동터오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결국.

누군가의 이기를.

누군가의 순수를.

입에 올리려 할 때,


그 어느 무엇보다 더러운

너의 마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분노가 순수하고

슬픔이 깨끗하고

열정은 은은하고

기쁨이 떳떳할 수 있을까.


그러할 수 없는 우리네 본성을

바람을 담아 시로 남기니

이것에 헛된 꿈을 꾸는 사람들.




그냥, 솔직하게.

아기처럼 울어재껴라.


그게 더 순수해 보인다.

남의 순수를 입에 올리는 당신 보단.

매거진의 이전글 꿈을 키운 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