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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8. 2024

이맘때쯤 떠오르는 풍경

풍경은 어느 기억의 잔상이다.

잔상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다. 과거는 기억이고, 현재는 느낌이며, 미래는 바람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맘때쯤 떠오르는 풍경을 묻는다. 나는 뒤적인다.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그 사이 시간과 시제를 초월하여 떠오르는 잔상이 있다. 그것은 기억과 감정을 동시에 자극한다. 동시에 자극받은 기억과 감정은 비로소 '추억'이란 말로 환원된다.


조금은 어둑한 골목.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저녁 차리는 달그락 소리. 찌개 끓는 냄새. 밥상을 준비하는 분주한 가족들의 손 움직임. 할로겐 조명이 꼭대기에 붙어 있는 전봇대는 가지런하진 않지만 나름의 질서를 담아 전깃줄을 켜켜이 잇고 있다. 집집마다 달린 크고 작은 창문으로 나는 그것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모습을 유추한다.


나에겐 왜 그러한 풍경이 잔으로, 또다시 추억으로 떠오르는가.

결핍과 충족을 넘어 바람이 한데 섞인 욕구이자 욕망일까. 어머니가 따뜻하게 차려 주시던 밥상,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라져 버린 그 소리와 풍경. 혼자 있을 집으로 향하던 그 길의 풍경이, 나에겐 큰 결핍이자 또한 큰 추억이었고 바람이었다. 이제 나는 그 풍경을 이루어냈다. 가족과 함께 밥상을 같이 차리고, 그 따뜻함을 나눈다. 골목 어귀에 결핍으로 바라봤던, 그러나 타인의 행복에 빗대어 나의 바람을 조금이나 충족시켰던 그때의 풍경.


부족했지만 불행하지 않았고.

불행하지 않았지만 어느 한 켠으로 서글펐던 나날들.


결핍 이상으로 채워진 지금에도 그 풍경이 떠오르는 건.

아직도 다 채워지지 않은 미련일 수도, 앞으로 더 채워가야겠다는 욕심일 수도.


이맘때쯤 떠오르는 풍경.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 않고, 앞으로도 간직해 나아가고 싶은 잔상이자 추억.


문득.

풍경이 바라보는 나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궁금해진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이맘때쯤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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