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란 진정한 의미를 아는 자와 그러하지 않은 자
그러려니... 하고 지나오다 보니까, 그냥 그냥 이때까지 온 것 같아요
- 아나운서 김대호 편 -
그냥 살면 안 되는 것일까.
우리네에게는 분명 어떠한 집단 무의식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인 '빨리빨리'와 '무어라도 해야 한다'라는 삶의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는 단단하게 굳어진 개념이며, 이 개념은 사회 통념으로 자리잡아 한 개인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거나, 또는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범주에서 벗어나 성공을 이룬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성공이 이것이 비범함으로 포장될 뿐, 성공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 모두는 실패자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고 살게 된다. 그러게 진작, 사회적 통념 안에 들어오지 그랬어... 너는 노력이 부족했어...라는.
유퀴즈에 출연한 김대호 아나운서의 '그냥'이란 말에서, 나는 사회부적응이란 단어보다는 '자유'란 단어를 떠올렸다.
왜일까?
왜 그의 '그냥'은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다른 빛을 발산하는 걸까?
사실 우리는 대개 '그냥'살고 있다.
'그냥 살고 있지 않다.'라고 포장하고 있을 뿐.
김대호 아나운서의 '그냥'은 말 그대로의, 무책임한 '그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그냥'은 모든 걸 수용하고 포용하며, 삶에 거칠게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받아들임을 뜻한다. '그러려니...'하고 지내며, '그냥 이때까지 온 것'이란 말 안에 감추어진 단어는 바로 '버티기'와 '견디기'다. 순간순간을, 하루하루를. 잘 버티며 살아야지 어쩌겠나.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단 살아야 한다. 숨을 쉬기에 움직여야 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타인과의 갈등이 일어나며, 갈등으로 인해 삶에 있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손에 꼽을 만하다. 그러니, 아무리 노력하며 나는 그냥 살지 않았다고 포장을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냥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에서 일어 오는 모든 풍파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가 있어 나중에 더 개선하려 노력했다면 우리네 삶은 '그냥'이란 단어를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다.
자책하지 말라.
이때까지 당신은 잘 살아왔다.
부족하고 후회되는 건, 다시금 노력하면 된다.
내 할 도리를 하고, 그다음은 그러려니... 하며 그냥 살면 된다.
그냥 살아온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죄가 없다.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욱여넣지 말라.
고로, 스스로의 죄를 사하기를 바란다.
노력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
그러려니... 하고 그냥 사는 것이다.
단, '그냥'이란 단어에 스스로를 포기하진 말라.
자아를 포기한 자에게의 '그냥'은 맹수를 만나 머리만 땅 속에 묻는 타조와 다름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쯤 되면 내가 말하는, 내가 깨달은 뜻과 의미가 잘 이해될 것이다.
(자아를 버리고) 그냥 살거나.
(자아를 보듬어) 그냥 살거나.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 어떠한 삶이 종내에는 빛을 발할지는 이 둘의 차이를 뼈저리게 곱씹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