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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9. 2016

독일의 '두물머리' 코블렌츠

라인강과 모젤강의 만남, 독일의 모퉁이


여정


네덜란드 to 트리어 (356km, 1박)

트리어  to 바덴바덴 (192km, 1박)

바덴바덴 to 코블렌츠 (214km)

코블렌츠 to  네덜란드 (324km)


바덴바덴 호텔에서의 아침. 첫째 녀석은 멀리 떨어진 방에서 혼자 잤다. 둘째는 우리 침대 옆 작은 간이침대에서. 녀석들에게 간밤에 잘 잤냐고 물었다. 내가 묻는 건 항상 같은 질문. 잘 때 덥진 않았는지, 또 춥진 않았는지. 다행히 잘 잤다고 했다. 첫째 녀석은 혼자 자면서 무섭지도 않고 좋았다고 한다. 조금씩, 그리고 빨리 커가는 것 같다. 녀석들은.

간밤이었다. 따로 자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자고 있는 아이들을 어루만졌다. 첫째 녀석은 땀이 나는데 이불을 덮고 있다. 이불을 거두다 또 추울까 걱정되어 다리와 배까지 덮어준다. 둘째 녀석의 팔이 차다. 가슴까지 덮어주었다. 간밤에 깨서 화장실을 갈라치면 아이들의 상태를 다시 한번 더 살핀다. 아침에 일어나 추웠는지 더웠는지 묻는 그것이 아빠의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란 걸 언젠간 알아주길. 그리고 나중에 만나게 될 녀석들의 아이들에게도 그러하길. 내가 알아서 혼자 크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 부끄럽지만 얼마 되지 않은 얼마 전이었기에. 처음이라 어설픈 아빠가, 부모가 되어 나의 부모를 비로소 돌아보게 된 그때.


독일의 두물머리, Deutsches Eck (German Corner)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광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 멋진 석양과 일출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카메라 세례를 받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그곳. 양평의 두물머리. 물은 같은 물일진대, 어디에서 오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디로 함께 흘러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 이와 같이 독일에도 두물머리가 있으니 바로 코블렌츠에 위치한 'Deutsches Eck'다. 


로마제국 시절부터 발전한 도시로, 바덴바덴의 인구의 딱 2배 규모의 도시다. 프랑스에 병합되었다가 연합국의 관리하에 있기도 했던 이곳은 전쟁 중 큰 파괴의 상처를 안고 있다. 상처를 딛고, 독일 통일의 업적을 완수한 빌헬름 1세 기념비가 웅장하고 거대하게 그 두물머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도이체스 에크', 독일의 모퉁이를.

강가. 모젤강 쪽.
그 시대를 짐작케하는 문양과 조각상.
빌헬름 1세 기념비. 모퉁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기념비에 올라 바라 본 두물머리. 왼 편이 모젤강이고 오른 편이 라인강이다.


푹푹 찌는 날씨는 아이들을 힘겹게 했다. 첫째 녀석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둘째는 다리가 아프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목마르다 떼를 쓰기 시작. 갑자기 윽박지르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아이들을 달랬다. 어른도 이렇게 힘이 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마침내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활기차 졌다. 아이들의 투정에 인상을 쓰고 마음이 욱한 것이 괜스레 미안했다.

가족여행의 매 순간이 아름답고 순탄하지만은 않다. 고생도 많고 즐거움도 가득하다.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아이들과의 매 순간은 다이나믹할 정도다. 그럼에도 아이들도 우리도 함께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렇게 서로를 더더욱 알아가고, 겪어가는 것일 테다. 여행이라는 것이 대게 그렇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나는 그래서 가족을 여행에 비유한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여행.


- 덧붙임 -


네덜란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둘째 녀석은 이미 꿈나라로. 첫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와이프도 피곤함에 잠시 눈을 감는다. 오롯이 혼자가 된 느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또렷해지는 순간이다.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두 손은 핸들을 좀 더 꽈악 쥐어잡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 무엇을 해 먹고살까. 앞으로 어떻게 더 잘 살아야 할까. 우리 가족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족 여행의 묘미라 할까. 


집에 도착한 녀석들을 재우러 함께 침대에 누웠다. 여행이 좋았냐고 묻는다. 마냥 좋단다. 그래서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다.


집에 온 지금이요.


모두가 깔깔대며 웃었다. 대답한 저희들도 웃겼나 보다.

그래 집이 최고다. 가족이 최고다.


해를 품은 구름. 덕분에 잠시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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