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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4. 2024

내 눈에 마땅한 삶을 살 것

<스테르담 에세이>

불혹을 이미 훌쩍 지나버린 지금.

중년도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지금. 나는 내 눈에 마땅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거울을 봤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어느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얼굴과 표정에, 대견함과 측은함이 공존한다. 고달팠던 삶이지만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왔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부조리와 맞서느라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흔적이 낭자하다. 세상과 싸우느라, 허공에 삿대질하느라 고군분투했던 투쟁의 열정은 받아들임의 미학으로 변했고. 받아들여야 떨쳐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존재는 조금은 더 숙연하고 고분고분하다.


내 눈에 마땅한 삶이란 무엇인가.

부끄러움이 없는 삶인가. 아니다. 삶엔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비겁하지 않은 삶인가. 아니다. 비겁하고 비굴하지 않은 자는 없다.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부끄러워하는 가에 대한 숙제가 평생을 따라다닌다. 부끄러움과 비겁함, 비굴함 없이 살아가려는 것은 착각이자 오만이다. 순백색의 옷에 아무런 얼룩도 묻히지 않고 살아 나가려 했던 스스로를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 생각 자체가 얼마나 비겁하고 비굴한지를 하루하루 깨닫는다.

깨달음에 깊게 파인 자욱들


고로, 마땅함이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리 못나고,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잘나고 멋진 자아만을 품으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좋은 모습과 그러하지 못한 모습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것이 나에겐 '마땅한 삶'인 것이다.


몰랐다.

인정하기 싫었다. 그러나, 이젠 안다.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젠 내 부끄러운 모습도 꽤나 잘 품는다. 내가 바라지 않았던 나의 모습. 깨지고 다치며 배우고, 성장한 그 어느 순간들.


성장통은 중년에게도 온다.

중년에게도 늘 배움의 길은 펼쳐진다.


그리하여 깨달은 건.

결국, 나는 나에게.


늘.


언제나.


마땅한 존재라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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